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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염증이 만병의 근원? 과도한 겁주기가 횡행한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75)

우리는 이제 고비를 넘긴듯하나 지구촌은 아직 코로나19로 패닉상태다. 팬더믹이 발동되고 산업이 멈추고 실업자가 폭증하여 대공황을 걱정할 정도다. 스페인독감, 흑사병 수준의 공포감이 엄습하는 듯도 하다. 몇 몇 나라는 통제가 안돼 아비규환을 방불케 한다. 특히 우리가 선진국으로 선망하는 미국,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프랑스가 사망자의 앞 순위를 독차지 하고 있다. 다섯 나라의 합이 20만에 육박해 세계 전체 사망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료기술과 시스템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 나라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럼 이참에 폐렴이 뭐고 염증이 뭔지 짚어본다.

코로나19의 사망원인은 주로 폐에 생기는 염증이다. 폐의 손상으로 산소의 공급이 어려워 질식해 사망한다.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다. 드물게는 곰팡이도 있다. 또는 화학물질, 구토물, 이물질, 가스 등의 흡입, 방사선 치료 등 비감염성 병변도 폐렴에 넣는다.

폐렴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이다. 세균성 폐렴에는 백신이 개발돼 있고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끔 내성균이 발견되기도 해 사망률을 높인다. 폐렴은 우리의 사망원인 3위가 됐다. 2018년 한해 134만 명 발생에 22,700여명이 숨졌다. 단순히 계산해도 매일 3,670명의 환자가 나왔고 62명이 죽은 셈이다. 이번 코로나폐렴이 세균성 폐렴에 비하면 사망률은 낮으나 공포감은 훨씬 더하다. 처음 겪어보는 신종이라 대처가 어려워서 그런가.

그럼 염증은 뭐고 어떤 경우를 염증이라 하는가. 보통은 염증을 고름이 나고 붓고 통증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염증은 실제 수 십 종류의 물질이 관여하는 복잡한 반응이다. 정의는 이렇다. 염증(炎症) 또는 염(炎)이란 “유해한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 중 하나로 면역세포, 혈관, 염증 유도물질들이 관여하는 보호반응이다. 염증의 목적은 세포의 손상을 초기단계에서 억제하고, 상처부분의 파괴된 조직 및 괴사한 세포를 제거하며, 동시에 조직을 재생하는 과정이다.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은 병원체, 손상된 세포, 자극물질, 위험신호 등이 있다. 염증 자체는 질병이 아니며, 오히려 생명체에 필요한 방어 체계에 해당한다(위키백과)”로 장황하다. 그만큼 염증의 해석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거다.

염증의 목적은 세포의 손상을 초기단계에서 억제하고, 상처부분의 파괴된 조직 및 괴사된 세포를 제거하며, 동시에 조직을 재생하는 과정이다. [사진 Pixabay]

염증의 목적은 세포의 손상을 초기단계에서 억제하고, 상처부분의 파괴된 조직 및 괴사된 세포를 제거하며, 동시에 조직을 재생하는 과정이다. [사진 Pixabay]

가장 흔한 것은 외상에 의한다. 피부, 소화관, 폐, 비뇨기 등 이른바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에 물리적 상처가 나면 이 부위에 세균의 감염이 일어나 이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세포가 모여들고 적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세포, 감염균, 면역세포가 동시에 전사한다. 이들 시체 잔사를 고름(농)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면역세포로 감당이 안 되면 항생제가 투여돼 원인 세균을 죽인다.

염증은 외부와 접촉하지 않는 부위에서도 발생한다. 흔한 경우가 간염과 폐결핵, 늑막염 등이다. 간염은 바이러스에, 결핵은 세균(박테리아)에 의한다. 세균이 적혈구 등을 침범하는 패혈증도 일종의 염증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에이즈, 대상포진, 헤르페스, 노로 바이러스 등도 염증으로 볼까. 좀 애매하긴 해도 면역세포 및 염증매개체들이 모여들고 치유에 관여하는 것이니 이도 염증으로 보는 게 맞다.

또 외상이나 미생물의 침범 없이도 조직이나 혈관 등 몸속 깊숙한 곳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이나 외부자극 등으로 혈관 등에 상처가 나면 이를 복원하기 위해 면역세포 등 수많은 관련물질이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죽은 세포잔해가 쌓이고 관련물질이 혈관 벽에 침착한다. 이도 일종의 염증으로 봐야 될 성싶다. 또 관절 등에 요산이 침착하여 붓고 통증이 오는 통풍, 관절에 이상이 생기는 관절염, 자가면역에서 오는 류마티스, 아토피 등도 헷갈리지만 염증으로 친다.

그리고 각종 알레르기와 식중독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꽃가루, 분진, 진드기, 심지어 우유, 계란, 땅콩, 밀가루 까지도 염증을 유발한다. 가끔 음식에서 유래되는 염증유발물질도 문제가 된다. 이도 면역세포의 관여가 동반되므로 염증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지만 뭔가 아리송하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성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양이 지나치면 면역세포를 심하게 다그쳐 적군뿐만 아니라 자기세포를 공격하여 심한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사진 Pixabay]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성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양이 지나치면 면역세포를 심하게 다그쳐 적군뿐만 아니라 자기세포를 공격하여 심한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사진 Pixabay]

더 이상한 것도 있다. 만병의 근원이라 치는 활성산소종(種)나, 외부의 충격이나 타박상(멍)으로 다치는 경우, 혹은 수명을 다한 늙은 세포, 감염 등에 이를 제거하는 기작이 작동한다. 이땐 면역세포가 흠집난 세포를 죽이거나(킬러세포), 아니면 스스로 죽어주는 자살행위가 감행된다. 어떤 원인으로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혹은 다른 동료(?)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세포는 스스로 희생정신을 발휘해 죽어준다는 것이다. 이를 세포자살이라 부른다. 어려운 말로는 세포사멸(apoptosis)이라 한다.

희한하게도 이렇게 죽은 세포를 장례 치러주는 메커니즘도 있다.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라는 청소기능이다. 쓰레기를 리사이클 하는 재생처리와 닮았다. 세포내 라이소좀(lysosome)이라는 소기관이 담당한다. 이를 발견하고 기작을 밝힌 일본인이 2016년 노벨상을 탔다.

요즘 자주 회자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것도 있다. 침입한 적에 대해 면역기능이 과도하게 작동하여 자기세포를 공격하는 행위이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성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양이 지나치면 면역세포를 심하게 다그쳐 적군뿐만 아니라 자기세포를 공격하여 심한 염증을 유발하는 현상이다. 면역기능이 좋은 젊은 층에 잘 나타나지만 아직 그 상세는 잘 모른다.

세간에는 이런 염증에 대한 공포감이 지나치다. “만병의 근원은 체내 염증이다. 현대인은 만성염증에 시달린다. 체내독소, 식품첨가물, 인스턴트식품, 중성지방, 비만 등이 염증을 유발한다. 염증을 잡아라”는 둥, 연일 TV의 건강관련프로에서는 염증이라는 단어로 시청자를 겁박한다. 언제나 그랬듯 예외 없이 이를 치유하는 신통한(?) 음식이 등장한다. 이번 코로나 때도 그랬다. 마늘, 카레, 생강, 도라지, 소금물 등이 코로나 예방식품으로 초기에 자주 회자됐다. 인도가 감염초기 확진자수가 적었을 때 그게 카레의 효과라고 호사가들은 많이도 떠들어댔다.

이번 코로나에 약이 없다니까 소독약과 살균제를 먹고 사고가 많이 났다. 환경에 있는 것을 죽이니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도 죽일 것이라 착각하고 손소독제를 마셔 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대통령도 살균제를 주입(injection) 운운하다가 빈축을 샀다. 과거 야채주스가 해독작용을 한다는 선전을 보고 중국에서 주사기로 직접 혈관에 주입하여 사고가 난 경우도 있었다. 무지가 부른 해프닝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의 신중한 행동이 촉구된다. 우리도 지적엘리트(?)로 대접받는 쇼닥터들이 연일 TV에 나와 혹세무민하는 세태가 안타까워 해본 소리다. 유사프로가 지금도 계속 중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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