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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숨진 검찰 수사관 휴대폰 자료 부족"···검·경 또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하루 검찰과 경찰이 지난해 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다 숨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스라엘 디지털포렌식 업체 셀레브라이트. [셀레브라이트 공식블로그]

이스라엘 디지털포렌식 업체 셀레브라이트. [셀레브라이트 공식블로그]

경찰은 숨진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잠금해제한 검찰이 일부 내용만 제공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며 강제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은 타살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추가 자료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에서 일부 자료는 받았지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해 여러 가지 수사상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휴대전화에 담긴 다른 내용을 탐색해서 파악한 뒤 그동안 확보한 단서들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변사사건 수사에 필요한 자료와 휴대폰을 경찰에 모두 제공했다”며 “타살 혐의없음이 확인된 상황에서 더 이상 자료 확인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숨진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한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수사관은 2018년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울산지방경찰청에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중 참고인 출석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사망 하루 만에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숨진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수거해가자 경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은 이후 사인 규명에 필요하다며 숨진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돌려받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유 등으로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이스라엘 포렌식 업체의 장비까지 투입한 끝에 지난 4개월간 잠겨있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고 디지털포렌식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에는 지난달 24일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다시 잠금모드로 전환돼 있었다. 검찰은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숨진 수사관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포함해 유족이 동의하는 기간과 범위 내에서 사인 관련 자료는 경찰에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경찰이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데, 경찰이 계속해서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우리한테 문자 메시지와 통화 기록 등 일부만 보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검찰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안 줬기 때문에 영장을 받아 검찰에서 한 포렌식 작업 내용을 갖고 오는 게 제일 좋다”면서도 “그게 안 되면 휴대전화를 다시 여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검찰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돌입할 경우 검경 신경전은 한차례 재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검찰이 두 차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만큼 강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이 휴대전화를 잠금해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위문희·강광우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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