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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점서 9일간 54회 지진…해남 논밭 한가운데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후 10시 7분 발생한 지진의 진도를 표시한 지도. 최고 진도 III을 기록했다. 건물 높은층에서는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고, 멈춰선 차에서도 진동이 느껴지는 정도다. 자료 기상청

3일 오후 10시 7분 발생한 지진의 진도를 표시한 지도. 최고 진도 III을 기록했다. 건물 높은층에서는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고, 멈춰선 차에서도 진동이 느껴지는 정도다. 자료 기상청

전남 해남군의 논밭 한가운데서 최근 9일간 54회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이후 한 번도 지진이 없었던 해남 지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자 기상청은 발생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해남군 서북서쪽 21㎞에 위치한 논밭으로, 위도 34.66, 경도 126.40도 지점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12시 34분 땅속 20㎞ 깊이에서 규모 1.8의 미소지진(규모 2.0 이하 지진)이 발생한 이후 4일 오전 11시 까지 총 54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해남군 지진 발생 현황. 4일까지 58회 발생했다. (5일 오전 9시까지 61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해남군 지진 발생 현황. 4일까지 58회 발생했다. (5일 오전 9시까지 61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978년 이후 지진 0인 지역, 9일 새 54건

기상청은 현재 있는 관측소 외에 추가로 4개의 임시 지진계를 설치해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자료 기상청

기상청은 현재 있는 관측소 외에 추가로 4개의 임시 지진계를 설치해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자료 기상청

그 중 규모 2.0을 넘는 지진은 4건으로, 지난달 28일 규모 2.1, 30일 규모 2.4, 지난 2일 규모 2.3, 3일 규모 3.1로 미세하게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3일 오후 10시 7분 21㎞ 깊이에서 발생한 규모 3.1의 지진은 처음으로 진도 III를 기록했다. 진도III는 실내, 건물 위층에서 현저하게 진동이 느껴지는 수준의 흔들림이다. 정지하고 있는 차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전남 해남은 이번 잇단 지진 발생을 제외하고는 1978년 이후 단 한 건도 지진이 없던 지역이다. 기상청은 “최근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해, 진앙 주변에 4개의 이동식 관측소를 추가 설치해 단층 등 발생원인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진 원인은… 인근 단층? 해상 지진 여파?

4일 오전 최근 잇따라 지진이 발생한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 간척지 보리밭이 평온한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5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최근 잇따라 지진이 발생한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 간척지 보리밭이 평온한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5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한 위치는 논밭이 펼쳐진 해안가 평야다. 기상청 홍성대 지진화산감시과장은 “같은 지점 인근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은 그 지점에 진앙이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그 지역 인근에 정확하게 밝혀진 단층은 아직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 발생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단층은 ‘광주단층’ 이지만, 홍 과장은 “전남 지역은 지진 발생 자체가 드물었던 지역이라 광주단층도 정확한 위치나 진행에 대해 자세한 연구 데이터가 적다”며 “이번 지진과의 연관성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해남군 지진 발생 원인은 여러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짚을 만한 뚜렷한 원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해남군 지진 발생 원인은 여러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짚을 만한 뚜렷한 원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해상 지진의 여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3일 오후 10시 7분 해남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인 3일 오후 대만 화롄 남쪽 해상에서 규모 5.9, 일본 규슈 서쪽 해역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다. 두 지진 모두 유사한 판 경계에서 발생한 큰 지진이다. 홍 과장은 “최근 인근 국외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의 여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지점에서 지진이 수십차례 이어진 경우는 드물지만 과거에도 있었다. 홍 과장은 “2013년 보령 앞바다에서 3개월동안 98회 지진이 있었지만,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작은 지진으로 끝났다”며 “당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여서 그 내응력(지각판에 뭉쳐있던 힘)이 풀리는 영향이라고 봤지만, 이번 지진은 위치나 시기상 앞선 큰 지진들과 바로 연관짓긴 아직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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