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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겸손하겠다" 태영호 사과…홍준표 "문정권 몰아붙이기 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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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 뉴스1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주장했던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4일 사과했다. 태 당선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정은 등장 이후 지난 이틀 동안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 제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실감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태 당선인은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 태영호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이유 중 하나가 북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에 대한 기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태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김 위원장이 태양절 행사에 불참한 사실을 언급하며 “신체적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뒤에는 사진에 나타난 ‘카트’를 거론하며 “지난 20일 동안 김정은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여권에서는 동시에 신변이상설을 제기한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과 태 당선인을 집중 공격했다. “유감스럽다.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은데 카트 이야기를 했다”(청와대 관계자) “알량한 공명심이야말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주범”(강병원 의원) 등 맹공을 퍼부었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해 관련 전문가가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지만, 나름의 근거와 정보를 가지고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의 비판이 나왔다.

다만 야권에서는 “최초 의혹은 CNN이 제기했는데 유독 두 탈북자 출신만 집중 공격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태영호·지성호 당선자들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사태에 대해 충분히 그런 예측을 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문 정권이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문 정권도 처음에는 당황했고 미국조차도 갈팡질팡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암흑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상식적 추론을 했다는 이유로 이를 매도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만하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상현 위원장이 추경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상현 위원장이 추경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통합당은 비무장지대 내 한국군 감시초소(GP) 총격 도발과 관련한 정부 대응 비판에 나섰다. 특히 도발 당시 안개가 짙게 낀 점 등을 들어 “의도적으로 도발했다고 보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합동참모본부를 향해 “합죽이 본부냐”라고 비판했다. 태 당선인의 사과와 동시에 대북 이슈에 있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 합참은 ‘합죽이본부’가 돼버렸다. 인민군의 오발탄이라는 합참의 적군 엄호는 황당하다 못해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죽이가 됩시다, 합!’은 유치원에서 할 놀이이지 대한민국 군 워룸(war room)에서 할 일이 아니다. 적군은 오발하지 않는다. 실수로 도발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어 “북한군의 GP 총격 도발은 2014년 이후 처음이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향한 총격”이라며 “이는 김정은의 정치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메시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①나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②그러니 나와 핵협상을 하려면 더 큰 값을 선(先)지불하라 ③그것을 위해 나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까지 도발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것이다 ④총탄의 의미는 ‘한국정부는 빠지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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