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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실험실 유출설 속 中 박쥐전문가, 해외 도주설 직접 부인

중앙일보

입력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바이러스 연구 전문가가 최근 기밀 문건을 갖고 해외 도주를 시도했다는 소문이 돌며 중국 사회가 흉흉한 분위기다. 해당 전문가와 중국 언론이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원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천연 숙주가 박쥐임을 밝혀 유명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엔 이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유출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원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천연 숙주가 박쥐임을 밝혀 유명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엔 이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유출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지난 2일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박쥐 연구 전문가인 스정리(石正麗)가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을 통해 친구들에게 글을 띄웠다. “나와 우리 가족은 모두 안전하다”며 “소문에 떠도는 도주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정리가 자신의 도주설을 직접 부인한 것이다. 최근 스정리의 거취와 관련해 중국 바깥에선 스정리가 ‘약 1천 페이지 분량의 비밀 문건’을 갖고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도주해 프랑스의 미국대사관에 비호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원은 지난 2일 친구들에게 "도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글을 보내 최근 자신이 유럽으로 도주했다는 소문을 직접 부인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원은 지난 2일 친구들에게 "도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글을 보내 최근 자신이 유럽으로 도주했다는 소문을 직접 부인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스의 글은 이를 부인한 것이다. 스는 친구들에게 보낸 글에서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우리 마음엔 과학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있다”며 “반드시 구름이 걷히고 해가 뜨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언론도 이날 스정리의 글을 캡처해 내보내며 스가 중국에 건재하다고 밝혔다.

올해 56세의 스정리는 중국의 대표적인 박쥐 전문가로, 2003년 중국을 강타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천연 숙주가 박쥐라는 사실을 밝혀 유명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진 이후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줄곧 실험실 유출설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진 이후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줄곧 실험실 유출설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줄곧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시달려왔다. 중국 내에선 의학박사인 우샤오화(武小華)와 인터넷 사이트 회사 사장 쉬보(徐波)가 스를 콕 찍어 바이러스 유출 책임자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또 2월 초엔 인도 학자가 코로나19의 실험실 유출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스정리는 “코로나19는 대자연이 인류의 비문명적인 생활습관에 벌을 내린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실험실 유출과 같은) 그런 일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진앙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최근엔 우한의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진앙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최근엔 우한의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스정리가 속해 있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함께 코로나19의 진앙인 화난(華南) 수산시장에서 불과 280m 떨어진 거리의 우한질병통제센터도 코로나 유출과 관련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한질병통제센터에서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수백 마리의 실험용 박쥐를 잡아 연구했는데 이곳에서 버려진 오염된 쓰레기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이란 주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중국 바이두 캡처]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이란 주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중국 바이두 캡처]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일 코로나19가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주장을 거듭하며 “엄청난 증거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은 우한 연구소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현재 이를 거부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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