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성적 미숙탓…치료 필요

중앙일보

입력

[관련기사]
남성들의 성희롱 심리


10년 전 미군 병원에 근무할 당시 신병들에게 정기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성희롱을 한 장병에게 의무적으로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을 보고 언제 우리 군대에도 저런 제도가 도입될까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 몇몇 불미스런 사건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대학가.직장 등에서 성희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성희롱뿐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들에게도 의무적으로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 후속 조처가 따라주었으면 한다.

물론 각종 외설매체의 범람으로 과거보다 남성들이 성적 자극을 강하게 받고, 매매춘의 창궐로 성희롱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일상화된 점도 있다.

또 기존의 성교육이 주로 여성에 대한 정조만 강조해왔지 남자들이 자신의 성적 행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점도 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성희롱이란 성숙한 성적 활동을 하기 직전 청소년이나 유아들에게 볼 수 있는 미숙한 행동이다.

아이들은 성적 유희를 통해 자신과 상대의 몸에 대해 탐색하며 친밀감을 터득하게 되는데, 이런 유아적 행동을 성인남성들이 계속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성적 혹은 감정적으로 미숙하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면 뇌의 조절능력이 억제되면서 정상 성인들도 퇴행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성희롱은 더욱 빈발한다.

성희롱이라는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자신의 성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둘째, 성을 사고 파는 행위, 또는 권력과 우월적 지위로 여성을 도구화하는 행위를 근절해 나가야 한다.

남성들은 이번에 돌출된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성행동을 한번쯤 뒤돌아보는 점검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나미 정신과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