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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동’ 고삐 죄는 당·정·청…재계선 ‘반시장’ 옥죌까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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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06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앞줄 가운데)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이 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앞줄 가운데)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이 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 “노동자가 사회의 주류” #정세균 “노사정 연대로 위기 극복” #이인영 “이제부터가 노동의 시간” #노동 관련법안 강력 드라이브 예고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추진 가능성 #“노동계에만 힘 실어주면 소탐대실”

“이제부터가 노동의 시간.”(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위기 극복의 유일한 길은 노사정 연대와 협력.”(정세균 국무총리)

제130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은 1일 정부·여당에서는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가 일제히 흘러나왔다.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확보한 ‘수퍼 여당’이 친노동 정책과 관련법안 통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는 “역설적이지만 이제부터가 노동의 시간”이라며 “총선 승리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걸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우리에게 강력하고 험한 새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하나는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고용 안정 문제, 또 하나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도 ‘주류’라는 표현을 쓰며 노동절 축하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주류로서 모든 삶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노동자·기업과 함께 혼신을 다해 일자리를 지키겠다. 우리 경제가 상생으로 활력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19의 힘겨운 일상도 새벽부터 거리를 오간 배달·운송 노동자, 돌봄과 사회 서비스 노동자의 성실함으로 지켜질 수 있었다”며 “세계의 모범으로 평가받은 K-방역의 힘도 우수한 방역·의료 시스템과 함께 방역과 의료를 헌신적으로 감당해 준 노동 덕분”이라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인근 곰탕집에서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인근 곰탕집에서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낮엔 청와대 인근 곰탕집을 방문해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 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이라 가급적 주변 식당을 이용해 달라고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날 연차를 쓰고 경남 양산 사저에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이천 화재로 연차를 취소한 뒤 정상 근무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 총리도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노사정이 함께하는 연대와 협력”이라며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타협한다면 코로나19 위기는 역설적으로 노사정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례 없는 경제위기 극복에 노동계도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선 총선 압승 후 여권의 ‘노동계 챙기기’가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21대 총선을 위한 고위급 정책 협약을 맺었다. 한국노총은 당시 민주당 후보 66명을 ‘노동 존중 실천 국회의원 후보’로 위촉하고 공개 지지했다. 그러곤 총선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6일엔 “이제 대통령과 민주당은 노동 존중 사회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며 여권을 공개 압박했다.

이처럼 총선 후 ‘노동계 청구서’가 전달되면서 여권의 친노동 정책 기조도 상당 부분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원내대표도 이날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긴급한 과제들이 많다”며 5월 본회의에 이와 관련한 안건 상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도 “아직 20대 국회에서 처리할 게 남아 있다. (노동 관련) 숙제를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1대 국회 개원 후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동 관련 정책들의 법제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 비정규직 차별 제로화, 하청업체 노동자의 고용 안전 및 근로 조건 보호 등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주최 세미나에서 언급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또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강 수석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 전 국민 건강보험이 있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전 국민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이 갖춰져야 하는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계가 요구하는 주요 고용 안정 대책 중 하나다.

이 같은 여권 움직임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 안정과 소득 창출 등은 여야를 넘어 모든 경제 주체가 당연히 신경 써야 할 일”이라면서도 “가뜩이나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는 국내 현실에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면 자칫 소탐대실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윤성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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