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천 화재] 물류창고 화재 예견됐나…6차례 지적받고도 무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창고 공사 현장이 사전에 여러 차례 화재위험 주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이천시 재난 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산업안전공단은 지난 2019년 4월 공사가 시작된 뒤 서류심사 2차례와 현장확인 4차례 등에 걸쳐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물류창고 공사 업체 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ㆍ확인한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지난 2008년 1월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등 대형 재해 후속 대책으로 도입된 제도다. 모든 사업장이 유해ㆍ위험설비를 설치하거나 이전ㆍ변경할 경우,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고 공사 진행 중에도 진행 상황을 확인받는 게 주요한 내용이다.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산업안전공단은 공사 업체 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검토하면서 이번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우레탄폼ㆍ용접 작업에서의 화재폭발 위험을 주의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체 측이 개선 요구를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도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실제로 안전성을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이 난 공사 현장에는 9개 업체 78명이 지하 2층~지상 4층에서 작업을 했는데, 상황 전파 등 비상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40명이 사망한 2008년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역시 대피로가 미확보된 상태에서 다수의 근로자가 공사 마무리작업을 하다 대형 인명피해로 번졌다. 이 때문에 이번 물류창고 화재는 12년 전 냉동창고 화재와 판박이 참사로 여겨지고 있다.

위문희 기자 moobn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