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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널A 기자 몰래 촬영한 MBC 혐의, 압수수색 영장서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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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서울 상암동 MBC 본사 건물. 가운데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붙어 있는 검찰 로고.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건물. [중앙포토·뉴스1·카카오지도]

왼쪽은 서울 상암동 MBC 본사 건물. 가운데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붙어 있는 검찰 로고.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건물. [중앙포토·뉴스1·카카오지도]

‘채널A 기자·검사장 간 통화 논란’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MBC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MBC가 취재 과정에서 채널A 기자와 제보자 지모(55)씨의 만남을 몰래 촬영한 혐의는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중앙지검은 채널A를 상대로 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서는 채널A 기자들과의 2박 3일간의 대치를 끝내고 이날 오전 2시 50분께 영장에 기재된 증거물 중 일부를 넘겨받고 철수했다.

영장에 채널A 기자·제보자 지씨 만남 몰카 혐의 빠져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MBC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서 '채널A의 취재과정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압수수색 대상에 넣었다. 하지만 범죄 혐의에 MBC가 대화를 몰래 촬영해 받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는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MBC의 촬영 영상을 압수할 수는 있지만, 압수하더라도 법 위반의 증거로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중앙지검은 채널A 본사 등 5곳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MBC도 압수수색 대상에 넣었다. 그러나 MBC 영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고발 내용만 다룬 채널A 영장과 상당 부분 비슷하게 구성됐다고 전해진다. 민언련은 지난 7일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MBC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허위 사실을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도 페이스북에 채널A 기자와 관련된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 일각에서 MBC가 받는 혐의가 빠져 영장이 처음부터 부실하게 구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MBC가 받는 혐의를 영장에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널A 기자를 몰래 촬영한 영상을 압수할 목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란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법원이 결국 영장을 기각하긴 했지만,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측은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고소나 고발이 없었고 수사팀에서도 영장 청구 전 충분히 검토한 결과 법리적으로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핵심 ‘녹취 원본’ 확보 못한 듯…41시간만에 압색 종료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에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위해 진입한 검찰 수사관들과 채널A 기자들이 보도본부장실이 위치한 13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에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위해 진입한 검찰 수사관들과 채널A 기자들이 보도본부장실이 위치한 13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지검은 이날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을 약 41시간 만에 종료했다. 지난 28일 오전 9시30분부터 채널A 광화문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이날 오전 2시 50분께 철수했다. 검찰은 채널A 기자들과 2박 3일간 대치하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일부 증거물만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녹취록 원본’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디지털 자료는 사안과 관련된 부분을 골라내는 작업이 진행된 후 제출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채널A 기자 등 신라젠 의혹 취재에 관여한 기자들의 사무공간과 전산장비 등을 수색해 강요미수 등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물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채널A 기자 수십 명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채널A 측과 자료제출 대상과 범위 등을 협의했다.

이성윤, 윤석열과 2차 충돌 일으키나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이번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이 연루된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밝힐 핵심 증거를 대다수 확보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검찰 내부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최강욱 당선인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릴 때 의견 충돌이 있었다.

윤 총장은 전날 “채널A·MBC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해 제반 이슈들을 빠짐없이 균형 있게 조사하라.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형평성’ 논란이 잇따르자 중앙지검도 “철저하고도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치우침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각 언론사는 물론 윤 총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채널A나 해당 검사장이 타격을 입을 수도, 반대로 MBC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만큼 수사 결과가 윤 총장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30일 오후 2시께 '[단독]'MBC 몰래 촬영영상' 핵심증거인데···압수품목서 뺐다' 제하의 기사가 출고된 뒤 중앙지검이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채널A의 취재과정과 관련된 자료 일체'가 적시됐기 때문에 MBC가 채널A 기자와 제보자 지씨의 만남을 몰래 촬영한 영상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알려와 그 내용을 반영해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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