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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 회복속도 31% 앞당겨"…美 임상시험 첫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렘데시비르 초기 임상시험 결과는 "긍정적 효과"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렘데시비르 초기 임상시험 결과는 "긍정적 효과"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치료제 후보 중 하나인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초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ㆍ감염병 연구소(NIAID)가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 국립연구소, 렘데시비르 초기 임상 시험 결과 발표 #파우치 소장 "바이러스 막을 수 있음 증명, 긍정적 효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청신호 켜지면서 뉴욕증시 훈풍 #FDA가 긴급사용 승인하면 일선 병원에 바로 공급 가능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이끄는 NIAID는 코로나19 입원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환자의 회복 속도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31%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를 쓴 환자군은 회복에 평균 11일 걸렸고, 쓰지 않은 환자는 15일 걸렸다. 연구진은 4일은 유의미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회복 속도가 빠르면 퇴원을 앞당길 수 있어 병상과 인공호흡기 등 의료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의료진 부담도 줄어든다. 환자는 합병증 위험이 줄어 사망률에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험에서 사망률은 렘데시비르를 쓴 환자가 8%, 그렇지 않은 환자가 11.6%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주 중요한 결과”라면서 “31%는 100%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 바이러스를 치료제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렘데시비르가 회복 기간을 줄이는 데 있어 의미 있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데이터가 보여준다”면서 “표준 치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환자가 얻는 이익을 더욱 향상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치료 효과가 획기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NIAID측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아직 의학저널에 정식으로 게재된 것은 아니며, 코로나19 치료 효과나 안전이 완전히 입증된 것도 아니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뉴욕타임스는 당국자를 인용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렘데시비르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긴급사용 승인이 내려지면 제약회사는 일선 병원에 약을 공급해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가운데 하나인 렘데시비르를 만든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에 있는 본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가운데 하나인 렘데시비르를 만든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에 있는 본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길리어드사이언스 측은 렘데시비르 생산량을 늘려 5월 말까지 150만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환자 14만~21만 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분량이다. 공식 승인이 나기 전에 약은 무료로 제공된다. 승인 이후 가격에 대해 회사 측은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구 결과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FDA가 아주 빨리 승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 68개 지역에서 진행됐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 있는지를 놓고 대규모로, 무작위로 진행한 첫 임상연구 결과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 정부 기관이 진행한 임상 시험을 통과한 첫 사례다.

NIAID가 직접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미국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코로나19 전문가로 꼽히는 파우치 소장이 결과를 인정하면서 미국에서는 렘데시비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상무부가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4.8%)로 돌아섰다는 ‘비보’를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종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21%(532.31포인트) 오른 2만4633.8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6%(76.12포인트) 오른 2939.51로, 나스닥지수는 3.57%(306.98포인트) 오른 8914.71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가운데 하나인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지난 8일 독일의 한 대학병원에서 기자회견 중에 관계자가 약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가운데 하나인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지난 8일 독일의 한 대학병원에서 기자회견 중에 관계자가 약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시험용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어떤 질병 치료에도 승인된 적은 없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감염병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임상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에서 진행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에서는 부정적 결과과 나왔다. 렘데시비르를 쓴 환자는 회복에 평균 21일 걸렸는데, 위약을 쓴 환자는 23일 걸려 큰 차이가 없었다. 사망률도 각각 14%와 13%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확 줄면서 시험 대상자를 구하지 못해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 43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계획했으나, 시험을 중단할 때까지 237명이 등록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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