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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의사 부족, 나라도 도와야” 지팡이 짚고 왕진 가는 99세 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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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주일에 한번씩 파리 외곽의 양로원에 지팡이를 짚고 왕진 다니는 프랑스 최고령 의사 크리스티안 슈나이(99). [BBC 캡처]

일주일에 한번씩 파리 외곽의 양로원에 지팡이를 짚고 왕진 다니는 프랑스 최고령 의사 크리스티안 슈나이(99). [BBC 캡처]

“코로나19로 의사가 부족하다.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파리 외곽 양로원 찾아가 진료

프랑스 파리 외곽 쉐비-라뤼에 사는 크리스티안 슈나이(99)는 일주일에 한 번 지팡이를 짚고 왕진에 나선다. 두 달 뒤 100세가 되는 프랑스 최고령 의사다.

2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슈나이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활발하게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는 위기 속에 환자를 방치할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슈나이가 운영하는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환자 2명이 마스크 등 의료보호 장비를 내놓으라며 위협한 사건이 문제가 됐다.

사건 이후 슈나이는 감염 증세가 나타나 2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검사는 받지 않았지만, 다행히 증상이 호전됐다. 그는 한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자연 치유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슈나이.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티안 슈나이. [로이터=연합뉴스]

자가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곧바로 진료를 재개했다. 다만 감염 위험을 고려해 전화와 온라인을 이용해 진료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요양원 환자를 위해서는 방문 진료도 한다. 1951년부터 인연을 맺은 곳이다. 그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야만 걸을 수 있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 직접 차를 몰고 환자를 찾아간다.

그는 “다행히 내 환자 중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다”며 “진료와 수술을 계속했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걱정한다. 아내는 내가 바이러스를 옮겨올까 봐 무서워한다. 나도 걱정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이 부족해 나라도 나서야 한다. 조금 느리게 움직이면 된다”고 했다.

슈나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무기력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스페인 독감·장티푸스 등 과거 전염병과 달리 치료법도 없고, 확진 여부도 알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또 프랑스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정부의 준비 부족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다”며 “의사들도 더는 환자를 받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 모두 무기력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BBC도 프랑스 공공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인구 1만9000이 거주하는 쉐비-라루에는 슈나이를 포함해 의사가 3명뿐.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프랑스는 한 마을에 거주하는 일반 의사가 주치의 격으로 1차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치료에 안 그래도 부족한 의사들이 대거 차출되면서 의사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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