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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철거왕' 오른팔 잡혔다···정관계 로비명단 터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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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2일 서울 강동구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본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2일 서울 강동구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본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철거왕’ 이금열(51)씨의 최측근인 조직폭력배 모래내파 부두목 박 모(50)씨가 지명수배 7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관련 비리의 전모가 뒤늦게 밝혀질지 관심을 모은다.

철거왕 일당은 1990년대 폭력 철거로 업계를 휩쓸었다. 2000년대 들어선 건설 시행·시공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는데, 10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고 뇌물 45억원을 뿌린 것으로 2013년 적발됐다. 검찰(수원지검)은 추가로 정·관계 고위층에 대한 로비 리스트를 압수했지만 이금열씨가 입을 다물었고 전달책 등으로 활동한 박씨가 도주하는 등 이유로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이금열씨는 징역 5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2017년에는 최 모 경위가 “2011년 서대문경찰서 수사관으로서 가재울4 재개발 사업을 수사하던 중 수뇌부로부터 이금열씨와 박씨 등에 대한 수사 무마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수사 도중 돌연 파출소로 전보됐고, 이후 수사 기록이 조작(입건기록 삭제·피의자 미송치 등)됐다는 주장이다. 이 의혹은 그해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 때도 불거졌다.

그러자 경찰청은 감찰을 벌였고 최 경위 주장의 일부를 인정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등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박씨가 2013년부터 도주 중이던 탓에 수사는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광수대는 지난달쯤 박씨를 체포하고 구속해 일부 혐의(폭행·입찰방해 등)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경찰은 박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 중이다. 그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가재울4에서 공무원으로 취급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활동하며 모 대형건설사로부터 “시공권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억원을 챙긴 혐의다. 건설사는 뇌물 공여 사실을 부인한다.

최 경위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박씨는 서울 모 구청장에게 뇌물 2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해당 구청장은 “박씨와 안면은 있지만, 뇌물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검찰청 캐비닛 안에 있는 고위층 로비 리스트에 대해 수사가 재개될지도 관심을 끈다. 경찰 수뇌부의 수사 무마 압력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일부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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