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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도 빨아들인 네이버쇼핑…코로나19로 '플랫폼 승자독식'

중앙일보

입력

#1.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이은숙(가명·53)씨는 평소 백화점 쇼핑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네이버쇼핑'을 애용하게 됐다. 이씨는 "20대 중반의 딸한테서 네이버쇼핑 쓰는 법을 배워 요샌 여기서 옷도 산다"며 "모바일 결제의 간편함을 나도 이제 알게 됐다"고 말했다.

#2. 주부 채모(59·서울 동작구)씨는 요즘 카카오톡 쇼핑하기의 '톡딜'에 빠졌다. 톡딜은 2명이 모이면 할인가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서비스다. 채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집에만 있으면서 자주 (톡딜을) 살펴보게 됐다"며 "주방세제나 여름 샌들, 햇감자 등 다양한 상품이 올라오는데 동네 친구들 채팅방에 올려 다같이 할인가로 구매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쇼핑하기의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 [사진 카카오]

카카오톡 쇼핑하기의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 [사진 카카오]

50대도 한다, 네이버·카카오 쇼핑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양대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가 쇼핑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기업 오픈서베이의 소비자 결제 데이터(약 4700명의 데이터를 1만명당 수치로 환산)에 따르면,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2월 23일)한 이후 네이버 쇼핑의 핵심 고객층이 기존 2030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됐다.

데이터 분석기업 오픈서베이가 코로나19를 신천지 집단감염 전(2/9~2/22), 위기단계 '심각' 격상 후(2/23~3/7), WHO 팬데믹 선언 후(3/8~3/21) 3기로 나눠 유통 트렌드를 분석했다. [사진 오픈서베이]

데이터 분석기업 오픈서베이가 코로나19를 신천지 집단감염 전(2/9~2/22), 위기단계 '심각' 격상 후(2/23~3/7), WHO 팬데믹 선언 후(3/8~3/21) 3기로 나눠 유통 트렌드를 분석했다. [사진 오픈서베이]

2월 23일~3월 7일 네이버쇼핑 결제횟수는 2월 9일~22일 대비 전 연령대·성별에서 27% 이상씩 오르며 35.9% 증가했다. 특히 50대의 이 기간 결제횟수가 29% 증가하는 등 급성장했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정성조사 결과 대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서 부모 세대가 자녀로부터 온라인 쇼핑 채널을 이번에 학습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5조원 돌파…'언택트' 효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 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 네이버]

실제 네이버에게 코로나19는 '기회'였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3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스마트 쇼핑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6% 성장했고, 네이버페이 거래액도 전년 대비 46% 증가해 1분기에 5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네이버페이 월간 결제자의 연령대. 50세 이상 월간 결제자가 53% 이상 증가했다.

45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 기반의 카카오커머스도 '언택트 수혜' 사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1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쇼핑하기' 거래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며 "(2명 이상 모여야 거래가 성사되는) 톡딜이 주문 성공률 90% 이상을 기록하는 등 고성장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카카오 산지직송도 약진

코로나19는 식료품마저도 온라인 쇼핑 품목으로 확대했다. 황희영 대표는 "신선식품 구매 채널로 네이버·카카오 산지직송 등이 약진을 보이고 있다"며 "가족 전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평소 소량 구매하던 신선식품·과일류를 대량 구매할 수 있고 배송까지 되는 곳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밥을 먹는 횟수가 급증하자 식단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국인의 식단에 과일이 올라가는 횟수는 100회당 11.26회였으나, 올해 3월엔 100회당 12.75회로 증가했다.

네이버쇼핑 푸드윈도의 '산지직송' 코너 [사진 네이버]

네이버쇼핑 푸드윈도의 '산지직송' 코너 [사진 네이버]

그러나 네이버·카카오 산지직송 같은 오픈 플랫폼은 제철 생물의 '실시간' 사진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판매자가 미리 올려놓은 제품 정보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부 박미경(47·경기도 분당)씨는 "지난 1월 네이버 산지직송에서 실구매자가 많고 리뷰가 좋은 판매자로부터 대게를 구매했는데, 사진보다 살도 없고 중량도 적어 실망했다"며 "같은 온라인 쇼핑이라도 어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블로그에서 당일 올라온 사진으로 물건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게 신선도 면에서 더 만족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온라인 쇼핑 사업은 탄력을 계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색·커뮤니케이션 등 핵심 길목을 잡은 플랫폼 업체들의 승자독식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황 대표는 "온라인 쇼핑은 꾸준한 증가세인데 네이버쇼핑·배달의민족 등 1위 업체에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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