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역진행 세포 개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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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수명 시계´ 는 거꾸로 돌릴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장기와 조직이 노화되며 점차 생명이 시들어 간다. 이 과정을 막거나 역류시켜 젊어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 어떤 명의(名醫) 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통 송아지보다 어린 세포로 구성된 송아지를 복제한 어드벤스드 셀 테크놀로지(ACT) 연구팀이 거둔 성과는 획기적이다.

이번에 탄생한 여섯마리의 복제소는 보통 소보다 수명이 50% 정도 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해 복제 인간을 만들면 1백50세 이상을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의 절반이나 젊은 수준의 건강과 외모를 유지할 수 있다.

또 보통사람도 자신의 장기에서 추출한 세포로 새 장기를 복제해 기능이 떨어지거나 노쇠한 기존의 장기와 교환해 가며 젊게 살 수도 있다. 물론 더 많은 연구와 기술개발이 진행된 다음에 벌어질 일이긴 하나 이번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연 것 만은 확실하다.

1997년 포유류로는 최초로 복제된 양 ´돌리´ 는 복제 세포를 추출한 어미 양과 같은 여섯살의 생물학적 나이로 탄생했다. 종말체(終末體.telomere) 가 어미 양과 같은 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어미양의 남은 수명 정도만 살 수밖에 없었다.

ACT연구팀은 송아지 복제에서 ´둘리´ 때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거둔 것은 복제를 위한 세포를 주로 연골이나 뼈 조직에 있는 결합조직 생성세포(fibroblasts) 에서 추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둘리´ 는 일반 근육 조직에서 추출한 세포로 복제됐다.

ACT 연구팀은 송아지 태아에서 세포를 채취, 이 세포가 노화과정의 95%를 거칠 때까지 배양했다. 그 다음 이 세포의 핵을 자체 핵이 제거된 소 난세포에 이식해 송아지를 탄생시켰다.

이번에 복제한 송아지가 일반 송아지에 비해 ´어리다´ 는 것은 이 송아지 염색체에 붙어 있는 종말체가 갓 태어난 보통 송아지보다도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말체는 세포가 분열될 때마다 조금씩 줄어들어 사람의 경우 70회 정도 분열한 뒤에는 분열 능력을 잃게 된다. 종말체가 짧아져 더 이상 염색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아직 결합조직생성세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종말체의 복원에 작용하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조직에 복제세포를 이식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인간 배아 복제 허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고혈압.당뇨병.간부전증.파킨스병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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