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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당 위해 나설 뿐 사익 생각없다"…비대위 험로 예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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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을 추진 중인 미래통합당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김종인 카드’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데다 당 구성원 다수가 이에 뜻을 같이하고 있어 김 전 위원장을 필두로 한 비대위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에 반발하는 당내 목소리도 커 최종 확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심 권한대행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씨가 제게 밝힌 견해는 아무리 늦어도 2022년 3월 대선 1년 전까지인 내년 3월까지는 대선 승리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이 자신에게 “이 당이 대선을 치를 만한 여건이 됐다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 임기가 1년보다 짧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이 ‘무기한 전권 비대위원장’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오는 2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 전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의결을 시도한다. [뉴스1]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오는 2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 전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의결을 시도한다. [뉴스1]

김 전 위원장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말해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얻는 게 없다”며 “당을 위해 내가 나서는 것일 뿐 내가 이익을 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지금 갈 길이 멀다. 이렇게 납득 못 할 소리로 시간을 보낼 겨를이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최근 현역 의원과 당선인 140명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약 43%가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다. '조기 전당대회'는 31%로 나타났다. 익명을 원한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최근 통합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2011년 말 ‘박근혜 비대위’를 롤모델처럼 말했다”며 “그때처럼 성공한 비대위가 토대가 돼 대선 승리까지 가자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25일 올린 글.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전 대표가 25일 올린 글.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통합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여당이던 2010년 지방선거 패배를 시작으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논란, ‘디도스 파문’ 등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이에 2011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영입되면서 당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당명도 이때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이후 2012년 4월 치러진 선거에서 절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며 승리를 거뒀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다만 통합당 지도부 중 4·15 총선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 등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거세다. 반대파인 김태흠·조해진 당선인 등은 27일 ‘3선 모임’을 갖고 이와 관련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정체불명의 부패 인사”라고 공격하는 등 날을 세웠다. 홍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을 당시 자신이 조사에 참여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당내에선 이날 “전직 당 대표(홍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향해 쏟아낸 말들 때문에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정진석), “이제 남의 당 일이니 노욕을 거두라”(김근식)는 주장이 나오는 등 파열음이 계속됐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통합당은 오는 28일 전국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다. 통합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2016년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 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세우려 했지만,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전례도 있다”며 “전국위 개최 여부 및 그 결과가 마지막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민ㆍ김기정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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