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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금연휴 긴장 풀리면 방역 성과 물거품 된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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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호 30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개월이 지났다. 확진자가 1만명을 넘은 이후 신규 발생 건수는 줄고 있지만, 꾸준히 환자가 나오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종식이란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특성상 실질적 종식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미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감염이 발생했고, 해외에서 여전히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본,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선언 #제주 항공편 예약 급증, 동해안 리조트로 몰려 #나와 공동체 안전 지키는 선진시민 의식 절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오면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올 거라고 경고한다. 결국 장기전을 각오하고 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를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개인과 공동체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불편해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통한 생활방역을 차질없이 실천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그런데 지난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종교시설·학원·유흥시설·체육시설 등 4대 밀집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 권고를 해제하면서 팽팽했던 사회 분위기가 일순간 바뀌고 있다. 한 달간 시행해온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20일부터 완화된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긴장이 확 풀린 듯하다.

특히 부처님오신날(30일)부터 근로자의 날(5월 1일)과 어린이날(5월 5일)로 이어진 ‘4말 5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거리두기가 사실상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황금연휴 기간에 제주로 가는 항공편은 이미 매진됐다. 항공사들은 증편 경쟁에 나섰다. 연휴 기간에 제주도에만 매일 2만명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제주도 측은 “해외체류자와 유증상자는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강원도 동해안의 리조트와 호텔·펜션도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다 군 장병들의 외출도 통제된 지 두 달 만에 27일부터 풀린다. 이래저래 지자체와 방역 당국으로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의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중대본은 24일 업무·일상·여가 등 세 분야로 나눠 생활 속 거리두기 등 집단 방역 관련 31개 세부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세부지침은 일상과 방역의 조화, 학습과 참여, 창의적 활용이라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용자 수칙과 책임자·관리자 수칙으로 구분했다. 중대본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조만간 지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수칙과 지침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위반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으니 안 지키면 그만인 셈이다. 결국 시민의 자발적 준수와 동참에 기댈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월 22일 시작했으니 한달가량 사실상 자가격리를 해온 시민들이 답답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힐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공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섣불리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벗어날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푹 가라앉은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어렵게 지켜온 거리두기가 무너지면 일상으로의 복귀는 더 요원해질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생활방역 돌입을 공식 선언하기 전에 좀 더 촘촘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각 시설 운영자들은 사적 이익보다는 방역을 우선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거리두기 등의 기본 수칙을 자발적으로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심하다가 그동안 애써 쌓은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면 너무도 허망하지 않겠나. 방역 선진국이라는 외국의 칭찬에 취해 긴장을 늦추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엄중하다.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제재와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와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선진적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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