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軍 잇단 기강해이···육군대령 "상관 마음 궁금해" 통제실 도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육군 대령이 지휘통제실을 2개월간 도청하다 입건됐다. 엄격한 보안이 강조되는 군사통제구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기 모 부대 대령이 지휘통제실을 도청하다 형사입건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경기 모 부대 대령이 지휘통제실을 도청하다 형사입건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24일 육군에 따르면 경기 모 부대에 근무하는 A 대령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지휘통제실과 자신의 집무실 사이에 유선통신망을 설치해 회의 내용을 엿들었다. 지휘통제실의 마이크 선을 따 집무실 스피커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A 대령은 자신이 통신 분야에 전문가급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조사에서 그는 “상관의 의향을 더 잘 파악하고 싶어서 도청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지휘통제실이 군사통제구역이라는 점이다. 휴대전화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보안 유지가 필수적인 공간이다. 해당 부대는 내부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22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A대령을 보직해임 조치했다. 이어 군 검찰은 A대령을 군사기밀유출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일을 군의 전반적인 기강해이로 연결 지어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최근 군에선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육군 직할부대에서 일부 부사관들이 술에 취한 채 상관인 남성 장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일 경기도 육군 부대에선 병사가 여군 상관에게 야전삽을 휘둘러 구속됐고, 지난 17일엔 해군 함장이 함 내에서 여군 부하의 무릎에 손을 올리는 등 추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군이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9일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선 소속 상사가 내기 탁구를 하다 병사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