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일부 국무위원 도청 방지 휴대폰 사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휴대전화를 도청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정부가 일부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들에게 도청이 안되는 비화(秘話) 휴대전화를 지급해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일부 광역지자체는 정보통신부의 지시로 도청 방지 휴대전화 구입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박진(한나라당)의원은 6일 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올 4월 초 청와대 경호실이 일부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에게 특수 칩이 내장된 비화 휴대전화를 지급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朴의원은 "국민에게는 도청이 안된다고 하면서 정부만 비밀 통화를 하겠다는 부도덕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朴의원은 "정통부는 2001년 12월 각 부처와 광역단체 등에 '2002년 8월 31일 비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비화 휴대전화 구입 및 이용요금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이에 따라 부산시와 전남도 등은 휴대전화 비화기 사용 예산을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큐리텔이 지난 2월 '이중 비화 휴대전화'를 개발해 제품 설명회를 열었으나 국가정보원이 저지해 판매하지 못했다"며 "도.감청이 절대 불가능하다던 국정원이 '도청 방지 휴대전화를 불순 세력이 이용하면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를 막은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쓰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이동통신은 도.감청이 불가능하며 청와대와 국무위원들은 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지자체에 비화 휴대전화 사용을 권했으나 굳이 쓸 필요가 없어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박승희.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