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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사우디의 위협 "원유폭탄 5000만배럴 美 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원유 가격을 떨어뜨리는 방식이 아니다. 대규모 원유 수송 선단을 보내는 전술이다.
미국 헤지펀드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킬 바스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가 5000만 배럴에 이르는 원유 폭탄을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유조선 항해 경로를 알려주는 탱커트랙커스닷컴의 그래픽을 제시했다.

미 헤지펀드 매니저 킬 바스 트위터

미 헤지펀드 매니저 킬 바스 트위터

그래픽을 보면, 걸프지역에서 유조선 20여척이 인도양과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점들로 표시돼 있다. 에너지전문 매체인 오일닷컴은 “(그래픽의) 유조선은 모두 수퍼 탱커”라며 “한 척당 원유가 200만 배럴씩 실려 있다”고 전했다. 미국 수입사가 주문한 물량이지만, 사우디가 서둘러 선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우디산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 20여척이 미국으로 항해 #척당 200만 배럴씩, 모두 5000만 배럴이 멕시코만으로 가는 중 #멕시코만 일대 미국 저장 시설은 거의 다 차, 담아둘 곳이 없다.

5000만 배럴 대부분은 멕시코만 연안에 있는 미국 항구를 향하고 있다. 오일닷컴은 사우디가 육상 저장시설이 부족한 나머지 “초대형 유조선을 대거 임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바스가 말한 ‘원유 폭탄’이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요즘 미국에도 원유 저장 시설이 한계를 보인다. 전략 비축시설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용량이 7850만 배럴 정도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5월 20일쯤이면 미국 전체 저장시설의 95%까지 원유가 쌓일 전망이다.

초대형 유조선

초대형 유조선

특히 사우디 원유가 향하는 멕시코만 일대 미국 저장시설은 4월10일 현재 이미 50%가 가득 찼고, 이달 말께에는 거의 소진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사우디산 원유 5000만 배럴이 미국을 향해 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 원유가 미국에 이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다시 한번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이날 전했다. 이달 20일 WTI 가격이 사상처럼으로 마이너스 영역(-37달러)으로 곤두박질한 이유가 바로 저장 시설 부족이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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