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균연령 與와 같은데 왜 늙어보이나···"유망주 안키우는 보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4ㆍ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세대교체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당 주류가 고령화되면서 메시지 역시 과거에 사로잡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그런 만큼 세대교체론의 속살은 ‘노선 투쟁’에 가깝다. 과거처럼 보수가 결집한다고 되는 판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당의 주인이 바뀌어야 한다. 좌파 빨갱이가 아니라 공정ㆍ정의ㆍ젠더이슈 등을 다룰 수 있는 방향으로…”(이준석 최고위원)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고령화는 통합당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보수정당의 30~40대 지역구 당선자 비율은 37.0%(17대 총선), 42.0%(18대), 22.0%(19대), 9.5%(20대), 14.3%(21대)로 낮아져왔다. 같은 기간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30~40대 비율 역시 42.2%(17대), 31.6%(18대), 27.2%(19대), 17.0%(20대), 13.4%(21대)로 꾸준히 낮아졌다. 4ㆍ15 총선에서 통합당 당선자의 평균 연령(55.6세)은 민주당과 같고, 초선 41명의 평균 연령은 54.3세로 민주당(52.3세)보다 2살 많았다.

수치상으로 고령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데도 세대교체론이 주목받는 건 질적 문제제기에 가깝다. “당 중심에서 활약하는 젊은 유망주가 실종됐다”는 점에서다. 4ㆍ15 총선에서도 30대는 배현진(서울 송파을) 당선인이 유일하고, 40대까지 포함해도 모두 12명이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당 주류에 속하는 젊은 의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연령별 이슈에 대한 통합당의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결국 내부 자극 없이 정신 못차리고 ‘괜찮아’만 외치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젊은 당선인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보수정당 지역구 당선자 연령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보수정당 지역구 당선자 연령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유망주 실종의 원인으로는 통합당의 후진 양성 시스템이 지목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ㆍ박근혜 등 과거 보수정당의 리더십이 후계자를 안 키워서 인재풀이 사라진 게 결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통합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830세대(80년대 학번-30대-2000년대 학번) 역할론’에 대해 “80년대생 몇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근본적인 세대교체가 되기 어렵고, 된다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젊은 인재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통합당에서 진행된 이념적 극단화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내부 비판이 실종되면서 수도권 중도층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태극기부대, 보수 유튜버와의 이념적 동조 현상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세대교체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김세연 통합당 의원은 “당 내부 사고체계의 고령화ㆍ획일화는 만성 기저질환에 가까워 치료하기도 어렵다. 보수정당이 몰락했다고 표현하지만 이번 총선이 끝이 아닐 것 같다”며 “당을 해체하다시피 해서 체질까지 싹 바꾸지 않으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보수정당이 세대교체를 통해 시대상을 반영,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반전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선거는 단순히 통합당이 진 게 아니라 보수의 가치·비전·담론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선거로 규정해야 한다. 60대 이상에서만 앞선 시한부 정당이 된 것”이라며 “보수의 가치가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