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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업중일 때···아이들 PC엔 "곧 전투에 돌입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초중고교가 온라인 개학을 한 가운데 한 고교생이 수업 영상을 틀어놓고 게임 중인 화면을 SNS에 올렸다. 인터넷 캡처

초중고교가 온라인 개학을 한 가운데 한 고교생이 수업 영상을 틀어놓고 게임 중인 화면을 SNS에 올렸다. 인터넷 캡처

“온라인개학 완전 웃김 ㅋㅋ 폰으로 연락하고 다 같이 게임하는 중”

“그냥 애들 일찍 깨워서 게임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최근 트위터 등 SNS에는 온라인 수업 영상과 게임 창을 함께 띄워놓은 컴퓨터 화면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고교 2학년 학생이 트위터에 올린 '온라인 개학 후기'라는 글에는 수학 수업 영상과 함께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가 띄워진 PC 화면이 첨부됐다. 게임 화면에는 '곧 전투에 돌입합니다'라는 메시지도 나타나 있었다.

학습태도 관리 사각…"영상틀고 게임"

4월 9일 중·고교 3학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개학이 3주차에 들어섰다. 개학 초기부터 EBS 등 온라인 학습 사이트에서 잇따라 접속 장애가 발생했지만 3주차인 20~21일에는 큰 접속 오류 없이 대체로 원활한 수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학생의 수업 태도까지 관리하기 어려운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수업 중에 게임을 하거나 다른 영상을 보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한 중학생은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임을 하면서 영상을 틀었더니 오전 10시 반에 하루 수업이 끝났다"며 "개학인지 방학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학생은 "수업 중에 어떻게 게임을 하느냐고 생각했는데, 사이트 접속이 안되는 동안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과천=뉴스1) 신웅수 기자 = 18일 경기 과천시의 한 PC방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게임을 하고 있다.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오는 23일에서 4월 6일로 2주 더 연기했다. 2020.3.18/뉴스1

(과천=뉴스1) 신웅수 기자 = 18일 경기 과천시의 한 PC방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게임을 하고 있다.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오는 23일에서 4월 6일로 2주 더 연기했다. 2020.3.18/뉴스1

방학이 끝나고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게임 이용 시간은 큰 변화가 없다. 게임 전문 리서치 기관인 미디어웹이 조사한 상위 20개 온라인 게임 이용시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월 첫째주 개학 시기에는 전주 대비 11.2%가 감소했다. 그런데 올해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4월에는 이용 시간 감소율이 3.3%에 불과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보통 개학 시기엔 이용 시간이 10%쯤 빠지는데 올해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다보니 이용 시간 변동폭이 작다"고 말했다.

맞벌이부모 "수업시간 게임, 내 책임같아 속상해"

학부모의 우려도 크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온라인 개학을 했다고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나중에 보니 친구들끼리 게임을 하고 있더라. 아침부터 열이 오른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빈 교실에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빈 교실에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특히 맞벌이 가정에선 걱정이 더 많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B씨는 "맞벌이 부부인데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틀어놓고 게임만 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됐다"며 "화가 나서 혼을 내다가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내 책임인 것 같아 속상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에서도 학생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순히 콘텐트 시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수업 중간에 과제를 주거나 수업 내용을 중간고사와 연계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학습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업 영상 진도율로만 출석을 체크하는 학교가 적지 않아 학습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최선의 조치다. 시도교육청과 함께 더 나은 수업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계속 논의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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