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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업발 신용경색 막기, 금통위 제때 모든 수단 동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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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신임 금통위원 취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면식 한은 부총재, 서영경 금통위원(신임), 주상영 금통위원(신임), 이 총재, 조윤제 금통위원(신임), 고승범 금통위원(연임), 임지원 금통위원.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신임 금통위원 취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면식 한은 부총재, 서영경 금통위원(신임), 주상영 금통위원(신임), 이 총재, 조윤제 금통위원(신임), 고승범 금통위원(연임), 임지원 금통위원.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신임 위원 세 명이 21일 취임했다. 조윤제·주상영·서영경 위원이다. 금통위원 일곱 명 중 절반 가까이 바뀌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현재 연 0.75%)를 비롯한 한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그런 금통위원은 권한도, 책임도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급속히 확산하는 시점에서 금통위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친정부 성향 인사들 금통위 합류 #정치 입김서 한은 독립성 지켜야 #코로나 이후 블록체인·AI 활용 등 #중앙은행 역할 재정립 과제도

우선 초유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 한은은 지난달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이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의 무제한 매입, 증권·보험사에 직접 대출 같은 유례 없는 카드도 꺼냈다. 한은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은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다. 실물경제의 충격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유럽·일본 경제 등이 언제 바닥을 딛고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23일 발표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전 분기 대비)를 기록할 게 확실해 보인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은 2분기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처지다.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실적이 악화한 정유업계는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기업이 흔들리면 수출도, 고용도 함께 무너진다. 기업발 신용경색을 막으려면 한은도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해야 한다. 대책을 내놓는 타이밍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둘째로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 우려가 없지 않다. 조윤제 위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맡았고 현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다. 주상영 위원은 대학교수 시절에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한은법 3조는 한은의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4조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명시하고 있다. 조화를 이루라는 것이지 따르라는 게 아니다. 급하다는 이유로, 위기라는 이유로 정치와 권력이 중앙은행의 영역을 침범해선 안 된다.

셋째로 한은의 존재 의미를 새로 정립할 시점이다.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서 한은이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포스트 코로나19’도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의 성장으로 화폐의 위상과 쓰임새가 달라지고 있다. 블록체인·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은 한은 입장에서 새로운 과제다. 기준금리의 인상이나 인하 같은 통화정책 변경의 효과는 예전 같지 않다. 저성장·저금리가 지속하면서다. 물가는 많이 오를 게 걱정이 아니라 너무 조금 올라서, 또는 내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한은에 조사국(경제조사·분석 기능)만 남겠네”란 말이 나오는데 농담만은 아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전략 2030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10년 뒤를 내다본 전략을 세우겠다는 취지다. 시대가 변하면 중앙은행의 역할도 바뀐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파괴력이 큰 이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각국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은도 ‘파일럿(시범)’ 테스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면 한국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할 수도 있다. 새 금통위, 할 일이 많다.

장원석 금융팀 기자

장원석 금융팀 기자

장원석 금융팀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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