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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우한 실험실 유출" 中 "트럼프, 산수 잘못 배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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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를 둘러싼 미·중 코로나 전쟁에 다시 불꽃이 튀고 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가 “우한(武漢)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맹공을 퍼붓고,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산수를 잘못 배웠다”는 막말까지 던지고 있다.

美, “우한 실험실 유출설” 집중 제기 #실험실 근무자가 “0호 환자”라 주장 #“실험실은 화난수산시장서 가까운 곳” #우한 질병통제센터 지목한 것으로 보여 #中, “미국은 정치 놀음 그만 해야” #환구시보 편집인 트위터에 트럼프 맹비난 #“거짓말 일삼으며 눈 깜짝 않는 대통령”

미 질병통제센터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도안. 미국은 최근 이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며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질병통제센터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도안. 미국은 최근 이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며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 통계 조작, 책임 소재 등 코로나 관련 모든 분야에서 맞붙고 있는 미·중 갈등은 지난달 말 미국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며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마스크 등 중국의 도움이 아쉬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바이러스”란 표현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휴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4일부터 미국의 공세가 거칠어졌다. 중국에 대한 포화는 바이러스가 후베이(湖北)성의 우한 실험실에서 비롯됐다는 데 집중됐다. 먼저 워싱턴포스트가 2년 전 미 기밀문서를 인용했다.

우한 실험실 유출설과 관련해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 등 두 곳이 의심을 받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중국 바이두 캡처]

우한 실험실 유출설과 관련해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 등 두 곳이 의심을 받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중국 바이두 캡처]

미 관리가 2018년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연구하는 우한의 연구소를 방문한 뒤 안전과 관리의 취약함에 대해 두 차례나 보고서를 올려 지적했으며 이런 문제 때문에 새로운 세계적인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15일엔 폭스뉴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다 구체적으로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초기에 취한 행동에 대한 간략한 보고와 관련 자료를 봤다고 주장했다.

중국 우한에선 지난해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렸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중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바이러스를 우한에 퍼뜨렸다“는 글을 트윗에 올려 미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우한에선 지난해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렸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중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바이러스를 우한에 퍼뜨렸다“는 글을 트윗에 올려 미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 자료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실험실 의사가 사태가 번지는 걸 막으려 했던 노력을 보여주며 우한 실험실의 연구 목적은 생물무기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고, 바이러스 식별이나 퇴치에서 미국에 뒤지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이 소식통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사람으로 전파됐으며 처음 감염된 ‘0호 환자’는 우한 실험실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실험실 근무자가 감염된 뒤 나중에 우한 사람들과 접촉해 확산 사태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은 가장 먼저 바이러스 발원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런 말이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쏟아지는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은 가장 먼저 바이러스 발원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런 말이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쏟아지는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중국 정부가 발원지로 처음 화난(華南)수산시장을 지목했다가 나중엔 미국과 이탈리아 등 여러 곳을 언급한 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 실험실 유출을 감추려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폭스는 또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나왔으며 안전 관리 소홀로 한 실습생이 감염됐고 그가 이후 남자친구를 감염시키고 또 수산시장을 방문해 크게 확산됐다는 데 이게 맞는가”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우한 실험실 유출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나도 갈수록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매우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힘을 보탰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우한 실험실 유출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나도 갈수록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매우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힘을 보탰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도 갈수록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이 무서운 국면에 대해 매우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힘을 보탰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폭스 뉴스에 나와 “나는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으며 바이러스 연구소가 수산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한동안 자제해온 중국 때리기에 가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에 미국 전문가의 우한 실험실 조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전파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에 미국 전문가의 우한 실험실 조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전파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뉴시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말은 현재 바이러스 유출과 관련해 의심을 받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 질병통제센터 두 곳 중 우한 질병통제센터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돼 관심을 끌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화난 수산시장에서 약 3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우한 질병통제센터는 불과 280m 거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국의 한 학자가 이 우한 질병통제센터가 많은 박쥐를 붙잡아 연구하고 있다며 이곳에서의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우리는 정말로 중국 정부가 진실을 털어놓아 이 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떻게 전파되기 시작했는지를 알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며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깨끗하게 밝혀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15일은 바로 폼페이오 장관이 양제츠(楊潔篪) 중국의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신종 코로나에 대항하고 미래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 전면적으로 투명해야 하며 또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 날이기도 하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왼쪽)은 ’중국 지도자가 우한발 바이러스 문제에서 세계를 오도했다“며 ’중국 지도자가 지금 하는 말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A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왼쪽)은 ’중국 지도자가 우한발 바이러스 문제에서 세계를 오도했다“며 ’중국 지도자가 지금 하는 말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AP=연합뉴스]

16일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까지 나섰다.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도자는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문제에서 세상을 오도했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 지금 중국 지도자가 하는 말도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16일 중국 우한시 질병통제지휘부는 사망자 수와 확진자 수가 잘못됐다며 사망자 수를 무려 1290명이나 늘렸다. 이에 따라 2579명이던 사망자가 갑자기 3869명으로 급증했다. 늑장 보고와 누락, 오보 등이 있었고 이를 바로잡았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중국의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었다”며 “그것보다 훨씬 많고 미국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중국 정부는 미국이 전문가를 우한 실험실에 보내 정확한 진상을 조사하려는 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미국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 ’미국은 정치놀음을 그만 하고 자국의 코로나 확산이나 잘 막으라“고 쏘아붙였다. [연합뉴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미국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 ’미국은 정치놀음을 그만 하고 자국의 코로나 확산이나 잘 막으라“고 쏘아붙였다. [연합뉴스]

중국은 발끈했다. 신종 코로나가 미군이 우한에 가져온 것이란 주장을 펼쳤던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정치놀음은 그만하고 역병 확산이나 막으라”고 쏘아붙였다.

18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더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막말’ 공격에 나섰다.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이 “트럼프 대통령은 눈이 나쁜가 아니면 어릴 적에 산수를 잘못 배웠나”라는 칼럼을 게재한 것이다. 유한 사망자가 50% 늘어난 걸 트럼프 대통령이 2배 증가로 해석한 걸 비꼰 것이다. “말하는 게 모두 엉터리인 데다 거짓말을 일삼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통령을 우리 모두가 보고 있다”라고도 비난했다.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은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시력이 나쁜가 아니면 어릴 적 산수를 잘못 했나“라는 조롱조의 글을 트윗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한의 사망자가 50% 늘어난 걸 두 배 증가했다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은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시력이 나쁜가 아니면 어릴 적 산수를 잘못 했나“라는 조롱조의 글을 트윗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한의 사망자가 50% 늘어난 걸 두 배 증가했다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환구시보는 또 “최근 미 정보기관이 우한 실험실 유출설로 중국을 먹칠하고 있다”며 “미국이 전문가를 우한 실험실로 보내 조사하겠다는 게 얼마나 황당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반대로 중국이 미국 실험실이나 중앙정보부에 사람을 보내면 받아주겠냐는 것이다.

중국 언론이 과거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험한 말을 쏟아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은 건 드문 일이다. 후시진은 이 같은 비판을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로 올렸다.

중국에선 트위터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한데 후시진이 트위터를 이용하고 또 영어로 글을 올렸다는 건 '믿는 구석'이 있다는 방증이다. 후시진의 트윗이 자오리젠의 지난달 중순 “바이러스 미군 유포설”에 이어 또다시 미·중 관계에 커다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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