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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좀잘아는형님] 묻고 더블로? 레버리지ETF 위험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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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0년 경제위기설을 믿는 편이다. 실제로 10년 주기로 굵직한 경제위기들(97년 아시아 외환위기,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발생했다. ‘이번에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리라’ 다짐했건만 난데없이 코로나19가 나타나 10년 주기설을 증명해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일련의 금융위기를 거치며 우량주를 싸게 매수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로 이어짐을 깨우치고 행동에 나섰다. 코로나19 직후인 1월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개인투자자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2조4170억원어치 쓸어담았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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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도 녹이는 변동성

일반ETF가 아메리카노라면, 레버리지ETF는 샷이 추가된 더블샷 아메리카노다. 더블샷 아메리카노에는 에스프레소가 추가되지만 레버리지 ETF에는 변동성이란 녀석이 추가된다. 즉, 레버리지ETF는 일반 ETF에 비해 2배의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변동성을 흔히 투자 기회가 많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런 생각이 왜 잘못됐는지를 살펴보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 평균이 0%로 같지만 변동성이 다른 두 사례를 비교해보자. 기초자산 수익률이 5%씩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때 투자원금은 8일 뒤 100만원에서 99만원이 된다. 반면 수익률이 매일 40%씩 오르고 내리면 투자원금은 49만7900원으로 쪼그라든다. 높은 변동성에 투자원금이 녹아내린 것이다. 레버리지 ETF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개인들의 투자자금이 걱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레버리지ETF, 처음엔 달지만 마지막엔 쓰다

높은 변동성의 공포는 바로 음의 복리효과 때문이다. 투자를 시작할 때 코스피200지수가 300이었고, 이후 일주일간 등락을 반복하다 다시 300으로 돌아왔다고 해보자. 이 경우 코스피200 레버리지ETF 수익률은 얼마일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일차에 코스피200 지수가 10% 상승할 때 레버리지ETF는 20% 상승한다. 문제는 3일차부터다. 코스피200지수가 12% 하락해 290으로 돌아오는 동안 레버리지ETF는 24% 떨어져 273까지 떨어진다. 음의 복리효과다. 음이 복리효과라는 늪에 빠진 레버리지 ETF는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누적 손실 폭이 확대된다. 결국 7일차에 코스피200 지수가 300으로 돌아와도 레버리지ETF는 289에 그친다.

괜찮아, 단기 투자야?

대세 상승기에 레버리지ETF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문제는 방향성을 예측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확률은 반반이니까 도전해볼만 하다고? 3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예측 결과를 살펴보자.

지난달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를 순매수한 날은 12일이다. 다음날 자수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코스피200지수가 상승한 날은 며칠일까. 단 나흘뿐이다. 나머지 8일은 손해를 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예측과 반대로 지수가 움직이면 큰 손실을 보게 되고 대부분 비자발적 장기투자자의 길을 걷게 된다.

ETF는 저 변동성 투자상품

국내 ETF 시장에서 레버리지ETF의 비중은 8.4%에 달한다. 미국, 일본, 캐나다가 1% 미만인 것에 비해 매우 높다(블룸버그, 2020년 1월 기준).

태초에 ETF가 저(低)변동성 투자를 위해 고안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의 레버리지ETF 열풍은 아이러니하다. 개별 주식이 아닌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는 태생적으로 분산형 상품이기에 변동성이 낮다. 나아가 ETF를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자산(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에 손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ETF가 종이, 화약, 나침반과 더불어 세계 4대 발명품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발명품을 더 슬기롭게 활용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글=이용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선임매니저, 영상=왕준열·정수경, 그래픽=이경은·황수빈
(필자의 개인 견해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공식적인 견해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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