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먹통개학" "부모개학" 불만에···"세계 최고다" 반박한 교육부

중앙일보

입력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서중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입학·개학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서중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입학·개학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속 실패와 시스템 오류로 원격 수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이어지자 교육부가 한국의 온라인 수업 역량이 주요국과 비교해 최고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17일 교육부는 미국 등 5개 주요국과 온라인 수업 역량을 비교한 '코로나19에 따른 주요 국가별 원격교육 현황'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미국(일부 주),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휴교를 선포하고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 정부에서 일괄 휴업을 각 학교가 결정하도록 한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별로 판단해 원격수업 등을 하고 있다.

'개학 대란' 반발에 교육부 “세계 최고”

9일 온라인 개학을 한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궁민 기자

9일 온라인 개학을 한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궁민 기자

각국은 미국 PBS·중국 CETV 등 공영방송 자료를 원격 수업에 활용하고 줌·MS팀즈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과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 기기 부족을 호소하는 취약계층에게 아이패드 등 장비를 나눠주거나 빌려주고 있다.

이어 교육부는 한국의 LTE 다운로드 속도(150Mbps)가 미국·영국의 3배이며, 일본과 홍콩의 3.5배라고 밝혔다. 또한 교사와 학생의 IT 활용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보다 뛰어난 IT 역량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가 이 같은 자료를 낸 건 지난 9일부터 전국 초·중·고 온라인 개학 이후 접속 장애나 동영상 끊김이 발생하면서 커진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9일 개학한 고3·중3은 지금까지도 간헐적인 오류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오늘은 사이트가 먹통이 되지는 않아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2차 개학일인 이날 오전에는 많은 초등학교에서 이용하는 위두랑 사이트가 다운돼 큰 혼란이 빚어졌다. 중·고교에서 쓰는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도 접속 지연이 일어났다.

“IT 과신 말고 현실적 대책 세워야”

 2차 온라인 개학 이틀째인 17일 오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e학습터'에는 소속 지역정보가 달라 로그인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홈페이지 캡쳐

2차 온라인 개학 이틀째인 17일 오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e학습터'에는 소속 지역정보가 달라 로그인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홈페이지 캡쳐

교육부의 평가와 달리 온라인 개학을 맞은 학부모의 불만은 크다.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38)씨는 "오류가 생겨서 하지도 못했다"면서 "선생님들한테 카톡이 와서 다른 곳으로 접속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학부모 남모(36)씨는 "뽑아야 할 프린트물도 수두룩하고 초등학생들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듣게 하기 어렵다"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선 '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원격 수업 방식이 IT 역량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바탕으로 진행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유병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서버 증설 등 대비를 했지만, 교실 수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려고 한 건 과욕이었다"면서 "100% 동영상 강의를 고집할 게 아니라 과제나 게임 방식 등 기존에 개발된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속 장애를 막기 위해 수강 시간을 분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는 대다수 학교가 기존의 1~6교시 수업 시간을 따라 출석을 하거나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학 대학 전산 업무 담당자는 "교육부가 서버를 증설하고 데이터센터까지 통신망을 확충했다고 하지만, 정작 가정에서 쓰는 인터넷망은 한정돼있다"면서 "지류(가정의 인터넷망)는 그대로 둔 채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니 대학 강의까지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현재처럼 같은 시간에 트래픽이 몰리지 않게 분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