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한 시베리아호랑이를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서울대공원이 17일 공개한 시베리아호랑이 한울이·코아의 박제 과정을 담은 기록에서다. 한울이와 코아는 각각 2018년 12월, 2016년 10월에 자연사했다.
기록 속 박제된 두 호랑이는 눈밭을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측은 “박제사들이 눈밭에서 놀던 호랑이들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박제가 동물 자체만이 아닌 환경까지 한눈에 설명해줄 수 있는 교육적이면서 생명을 보존하는 작업인 만큼 흰 눈을 같이 배치해 관람객이 생태적 환경을 함께 배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동물 박제는 냉동된 사체를 해동하고 가죽을 벗긴 뒤 철사를 넣거나 몸을 지지해 자세를 잡는 순서로 이뤄진다. 그러고 나서 표본 속을 채운 뒤 방부 처리를 거쳐 봉합하고 가죽을 덧씌운다. 털을 심거나 가죽을 정리하는 등의 후보정을 마치면 박제가 완성된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작은 참새나 쥐는 박제하는 데 2주에서 한 달가량 걸리지만 호랑이처럼 큰 포유류는 6개월 이상 작업해야 정교한 박제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시베리아호랑이 박제 작업은 1년 정도 걸렸다.
박제 작업에 참여한 경력 11년의 윤지나 서울대공원 박제사는“박제가 부자연스럽고 흉측하다는 것은 과거의 박제에서 생긴 고정관념”이라며 “박제는 죽은 동물과 깊은 대화를 통해 그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동물원의 목적이 전시에서 종 보전으로 바뀌듯 박제 또한 전시에서 교육적 기록이라는 가치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측은 “멈춘 동물의 시간 속에서 자연의 변화와 동물의 특성, 살아온 환경까지 만날 수 있으며 동물과 공존해야 함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은 이번에 박제한 시베리아호랑이들을 어떻게 관람객에게 선보일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공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을 삼가는 요즘 집에서 박제 과정 등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기록 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