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히 앉은 개표소…안면보호구에 라텍스 골무까지 '중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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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함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수정 기자

1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함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수정 기자

“장갑에 마스크에, 플라스틱 보호구까지 끼려니 답답하겠지만 별수 있나요.”

15일 오후 6시가 넘어서자 서울 영등포구 개표소에서 투표함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개표사무원 김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투표 종료시각이 되기도 전부터 김씨를 비롯한 개표사무원들은 개표소인 영등포구 배드민턴장에 마련된 책상에 빼곡하게 들어앉았다. 사무원들의 자리에는 개인별로 배부되는 안면보호구와 라텍스 장갑, 라텍스 골무가 놓여 있었다. 김씨는 “오랜 시간 장갑을 끼고 분류하다 보면 손에 땀이 찰 것 같아 라텍스 골무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안면보호구에 라텍스 골무로 중무장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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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곧 투표함이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하자 사람들이 하나둘 안면보호구를 끼기 시작했다. 안면보호구는 플라스틱판에 고무밴드를 달아 머리에 쓰는 형태다. 오랜 시간 끼고 있어야 하는 만큼 이마가 닿는 부분에는 스티로폼 조각을 넣었다. 길이가 4~5m 정도 되는 책상에 15명이 양쪽으로 마주 보고 앉은 개표사무원들은 서로 간격이 50cm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보호구와 마스크 때문에 서로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듯 종종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제1전시장에 마련된 선관위 개표소에도 안내방송이 울려 나왔다. 이홍택 강남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분은 퇴장시키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개표참관인들도 개표 사무관과 떨어져서 참관해달라”고 말했다. 또 참관인들이 사무관들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이의 제기를 하지 말고 선관위 직원을 통해 이의제기해달라고도 당부했다.

1차 분류→분류기→심사·집계

곳곳에 마련된 개표소의 개표 절차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개표함을 열어 투표용지를 쏟아붓는 첫 단계에서는 지역구 투표지와 비례대표 투표지를 분류해 정리한다. 분류한 투표지는 바구니에 담는다. 이렇게 따로 분류한 지역구 투표지는 바로 뒤에 있는 다음 탁자로 넘어간다. 이곳에서는 정리된 투표지를 투표지분류기에 넣는다. 분류기가 작동되면 연결된 노트북에 해당 투표지가 한 장씩 그림으로 뜨고 후보별로 금세 분류된다.

서울 영등포구 투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가 작동되고 있다. 이수정 기자

서울 영등포구 투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가 작동되고 있다. 이수정 기자

비례대표 투표지는 수기로 집계한다. 투표지 길이가 48.1cm에 달해 분류기로 선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투표지가 수기로 집계된 건 처음이라 개표 현장에서 선관위 직원들의 당부가 이어졌다. 1차 분류에서 비례대표 투표지를 정당별로 모아놓은 개표사무원에게 “이 단계에서는 정당별로 분류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는 지역구 투표지와 비례대표 투표지만 구분하면 된다”며 다시 분류하라고 알려줬다. 개표사무원은 “처음부터 정당별로 분류해놓으면 더 일이 일찍 끝날 줄 알았다”며 선관위 관계자 지시대로 다시 투표지를 분류하기도 했다.

이수정·김수민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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