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췌장서 소도세포 분리이식술 국내성공

중앙일보

입력

뇌사자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소도(小島) 세포만 분리해 이식하는 동종(同種) 췌장소도이식술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김광원.이문규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지난해 12월 28일 당뇨를 심하게 앓아 콩팥이 손상된 만성신부전환자 정모씨(31) 에게 교통사고로 사망한 뇌사자 강모씨(26) 의 췌장소도세포를 이식했으며, 정씨는 한달이 지난 현재 정상에 가까운 혈당수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췌장소도이식술은 지금까지 등장한 장기 단위의 이식이 아닌 세포 단위의 첨단이식술.

이에앞서 지난해 11월엔 서울중앙병원 한덕종교수팀이 췌장혈관의 기형으로 췌장을 제거해야 할 환자에게 자신의 소도세포를 골라내 넣어주는 자가(自家) 소도세포이식술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자가소도세포이식술은 소도세포가 파괴되어 있기 일쑤인 당뇨환자들에겐 그림의 떡. 하지만 진일보된 동종췌장소도이식술의 성공으로 중증 당뇨환자들에게도 해결의 실마리가 열린 셈이다.

이러한 췌장소도이식술은 세포배양기술이 까다로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췌장소도이식술에 대해 알아본다.

◇ 어떻게 하는가〓뇌사자의 췌장에서 소도세포만 떼어내 3일간 세포배양기에서 무균상태로 배양한 뒤 이식할 환자의 복부를 1㎝ 가량 절개후 가느다란 복강경을 통해 배양된 소도세포를 간에 넣어준다.

시술후 2~3일이면 혈당이 정상 수치를 찾으며 대개 1주일 가량 입원기간이 필요하다. 비용은 재료대만 4~5백만원.

◇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어떠한 약물로도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심한 당뇨환자가 치료대상이다.

▶제1형(인슐린 의존형) 당뇨환자로 당뇨합병증으로 콩팥이 손상되어 콩팥이식을 받아야할 경우 ▶만성췌장염이나 사고로 췌장 전체를 제거해야할 경우 ▶극심한 혈당 변화(고혈당과 저혈당의 반복) 로 정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증 당뇨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 어떤 장점이 있나〓중증 당뇨의 경우 췌장이식술이 지금까지 해온 방법. 국내에서도 서울중앙병원 등에서 10여건 이상 시술되어 왔다.

그러나 장기를 통째로 옮기는 췌장이식술은 장기의 부피가 커 수술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성공률이 높지 않은 편. 하지만 췌장소도이식술은 간편하고 환자의 부담이 적다.

金교수는 "소도는 부피가 췌장의 1%(1g) 에 불과해 대수술인 췌장이식술에 비해 복강경을 통해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시술후 30~40%가 인슐린 주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고 70~80%가 평소 용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슐린으로 혈당조절이 가능하다. 환자의 1년 생존율도 90%이상.

◇ 주의사항은 없는가〓적용대상이 제한적이다. 당뇨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당뇨환자에겐 이 방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뇌사자가 췌장을 기증해야 소도세포를 얻을 수 있으므로 다른 이식술과 마찬가지로 장기가 절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돼지의 췌장에서 소도세포를 골라내 이식하는 이종(異種) 췌장소도이식술이 연구중이나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려면 수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식후 거부반응을 피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써야하므로 감염질환에 걸릴 위험성도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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