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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도 韓 역성장 전망…"2분기 경제혼란" 더 큰 충격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다.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다. 연합뉴스

“노동 공급이 줄고 사업장 폐쇄가 공급망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산업 활동, 소매업, 고정자산 투자도 급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는 세계 경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서다. 생산‧소비‧투자‧고용 등 경제 전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얘긴데, 한국 경제의 현재이기도 하다. 내수가 사실상 멈춰선 가운데 수출에서도 코로나19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용 대란 조짐도 보인다. 엎친 데 덮치는 ‘퍼펙트 스톰’ 위기다. 지난해 나랏돈을 퍼부어 2% 성장을 간신히 지켰던 한국 경제의 반등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오히려 경제 후진 최소화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이미 여러 기관이 한국의 역성장을 기정사실화했다. 노무라증권(–6.7%)에 이어 캐피털이코노믹스(–3%), 모건스탠리(–1%)도 냉정한 예측을 내놓았다. 이날 IMF의 전망(–1.2%)은 이런 예상에 대한 확인 도장인 셈이다.

주요 기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요 기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멈춰선 공장, 닫힌 지갑에 ‘복합 위기’ 우려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먼저 나타난 소비는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밤새 북적였던 서울 명동, 홍대 입구 등이 모두 썰렁해졌다. 상가에도 손님이 없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 백화점 매출은 1년 전보다 30.6%나 줄었다. 할인점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19.6% 감소했다. 전체 소매판매는 6% 줄었다. 구제역 파동으로 큰 피해를 본 2011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어 내수 부진의 골을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이후 100을 넘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에 96.9로 확 꺾였다. 낙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한 2015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향후 가계 주체들이 지갑을 더 닫을 거란 의미다.

 주요 공장도 줄줄이 멈춰섰다. 지난 2월 제조업 가동률은 전월보다 4.9%포인트 감소한 70.7%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2009년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기아자동차가 다시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등 생산 정상화는 요원하다. 생산 및 소비 급감으로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실물·금융 복합위기마저 우려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경제의 시간이 사실상 멈춰 시장에 유동성이 뚝 끊긴 상황”며 “자금 흐름이 끊어진 유동성 위기가 길어지면 금융 부문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세계 주요국 2020년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세계 주요국 2020년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수출도 삐끗…4월 1~10일 18.6% 감소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 피해도 가시화했다. 주요국의 경기 위축과 함께 세계 물류망이 마비되면서 이달 1~10일 열흘 동안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감소했다. 곤두박질친 국제 유가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47.7% 줄었고, 보릿고개에 접어든 세계 자동차 산업의 영향으로 자동차 부품 수출도 31.8% 감소했다.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도 1.5% 감소했다. 중국(-10.2%)·미국(-3.4%) 등 주요 국가 대부분으로 향하는 수출길이 좁아졌다.

 수출 부진은 이제 시작이다. IMF는 이날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로 낮췄다. 미국 등 선진국 전체 성장률은 올해 -6.1%로 내다봤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한국도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코로나19 이전의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을 복구할 때까지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내수 동반 추락에 고용 대란도 가시화했다. 고용은 줄고, 실직은 늘었다. 지난달 고용보험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전년 동월 대비 1.9%(25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24.8%(3만1000명) 급증해 3월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지난달 89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40.4% 급증했다. 지난 2월 세운 역대 최대 기록을 한달만에 갈아치웠다.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IMF, “경제적 혼란 2분기에 집중”

 암울한 지표 투성인데 전망은 더 어둡다. IMF는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의 경제적 혼란이 올 2분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봤다. 4~6월과 그 이후에 이전보다 더 큰 충격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19의 여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정부의 경각심도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방위적으로 밀려오는 전대미문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한 각오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특단의 고용대책과 기업을 살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각국에 대한 정책 제언으로 우선 “피해 가계·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의 선별적 재정·통화·금융 조치를 통해 경제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사라진 후에는 신속한 경기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긴급지원을 점진 축소하고 그간 늘어난 부채를 관리하면서 전반적 경기부양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재정 정책 등을 통해 우선 급한 불을 끄되 ‘포스트 코로나19’를 겨냥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도 장기침체 위험을 감지하고 정책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사람이 모자란 제조업과 4차산업 등 신산업을 지원하는 전격적인 산업 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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