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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n번방 피해자 추정 명단' 공개 논란…경찰 내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직 사회복무요원들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에게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를 제공해 구속됐다. 뉴스1

전직 사회복무요원들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에게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를 제공해 구속됐다. 뉴스1

서울 송파구가 이른바 ‘n번방 사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로 추정되는 명단을 구청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n번방 사건은 조주빈(25)이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 동영상을 불법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사건이다.

송파구는 지난 6일 송파구청 웹사이트의 위례동 주민센터 우리동소식 게시판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보주체(개인) 명단 공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돌연 지워졌다가 14일 재게시돼 논란이 일자 다시 삭제됐다.

이 글에는 유출된 개인정보 명단이 첨부돼 있었다. 명단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00여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구까지만 나타낸 주소가 담겨 있다. 이름은 두 글자만 표기됐다.

글에 따르면 이 명단 속 피해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시점은 지난해 1~6월이다. 접근 권한 없는 자가 주민등록정보시스템에 접근해 이름·생년월일·성별·주소·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이다. 송파구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유출 경위 등을 피해 당사자들에게 알린 것”이라며 “연락처와 주소를 파악할 수 없어 개별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명단은 n번방 공범인 전직 사회복무요원 최씨(26)가 조주빈에게 건넨 개인정보로 추정된다. 글이 게시된 주민센터에서 근무한 최씨는 당시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 발급을 보조하면서 200여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이 가운데 17명의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됐다. 최씨가 유출한 명단에는 유명 연예인의 정보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파구 관계자는 “6일에 올린 글은 전산 오류로 삭제됐으며 14일 다시 게시했다가 명단에 공개된 이름 일부로 n번방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연예인 이름을 유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4일 오후 게시글을 삭제했다”며 “명단을 다시 올리지 않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피해자에게 서면으로 개별 연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송파구청 위례동 주민센터 게시판에 조주빈의 공범인 사회복무요원이 유출한 개인정보의 피해자 명단을 게시한 것과 관련해 위법행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사실을 발견하면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최은경·이우림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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