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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급한 경제 방역, 정부는 더 빨리 더 적극적으로 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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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갈수록 난망이다. 소비·투자에 이어 수출마저 절벽에 맞닥뜨렸다. 지난달 0.2% 감소하는 데 그쳤던 수출이 이달 들어서는 무려 19%나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최대 소비처인 미국과 유럽이 셧다운한 탓이다. 동남아·중남미 교역 역시 타격을 입었다. 이젠 주력 산업까지 흔들린다. 해외 주문이 감소한 기아자동차는 소하리 등 국내 3개 공장의 임시 휴업을 검토 중이다. 철강·정유업체들은 잇따라 감산을 결정했고, 조선업계는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데 고용이 성할 리 없다. 지난달 실업급여로 역대 최대인 8982억원이 나갔다. 신입사원 채용 공고는 전년보다 45% 줄어 거의 반 토막이 됐다.

그야말로 미증유의 경제위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퇴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 각국 정부가 중앙은행과 손잡고 대규모 경제·산업 대책을 발표 즉시 실행에 옮기는 이유다. 생계가 막막해진 국민을 지원하고, 소비를 살리기 위해 돈을 뿌리며,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여 일자리의 근원인 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정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간 네 차례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놓긴 했다. 그때마다 “수십조원 규모”란 표현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저 말잔치에 가깝다. 2주 전에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여태껏 지급 대상도 정하지 못했다. 전날 밤부터 줄 서 대출을 기다리던 소상공인들은 “오늘은 여기까지” 소리에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갑자기 돈줄이 막힌 기업들은 부도날까 공포에 시달린다. 이러니 “총선을 의식해 ‘수십조원을 풀겠다’고 발표하고서 정작 빠른 이행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 아닌가.

지금 정부가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보건 방역과 경제 방역이다. 보건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갈수록 초췌해지는 모습으로 매일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경제에서는 이런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방역은 메르스에서 배웠건만, 경제는 외환·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별반 배운 게 없는 것 같다.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정부가 실행은 뒷전인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이대로면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칫 보건 방역에 성공하고서도 경제 방역에는 실패했다는 불명예를 얻을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