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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쓰레기 정당’‘토착왜구’에 세월호 막말…유권자가 심판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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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15 총선이 이틀 앞이다. 후보자도 유권자도 차분하게 현실을 돌아보고 국가 장래를 위한 합리적 선택을 고심해야 할 때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막말과 저질 발언, 상대당 비하·혐오 발언으로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지도부까지 가세한 막말, 상대 비하, 저질 발언 #유권자 무시와 오만, 부메랑돼 국민 심판받을 것

역대 선거에서도 막말 논란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번 총선처럼 구태가 기승을 부렸던 적은 없었다. 가위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지난주 통합당 후보들의 ‘세대 비하’ ‘세월호 막말’ 논란을 ‘3류 정치’라며 비판했던 민주당은 지도부까지 나서 막말 대열에 가세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어제 경기도 시흥에서 열린 지원 유세에서 “국민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정당, 쓰레기 같은 정당,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저런 쓰레기들을 국민 여러분이 심판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통합당을 ‘쓰레기 정당’이라고 폄훼한 것이다. 아무리 한 표가 급하다고는 하나 금도를 넘은 비이성적인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발언은 통합당을 ‘천박하고 주책없는 당’ ‘토착왜구’라고 해 물의를 빚은 이해찬 대표의 발언 뒤 사흘 만에 나왔다. 후보들의 저질 발언과 흑색선전을 말려야 할 지도부가 되레 앞장서 불신과 갈등, 혼탁 선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도 사과나 성찰은커녕 “통합당은 코로나19도 정치에 이용하려 하고 속되기 그지없는 말들을 하고 있다”(이해찬 대표)며 막말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막말’로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통합당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는 어제 유세에서 “세월호 텐트의 검은 진실을 밝혀라. ○○○이 없었다면 차명진이 책임지겠다”며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차 후보가 한때 상사로 모셨던 김문수 기독자유통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까지 가세해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통합당은 차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고도 제명 대신 탈당 권유라는 어정쩡한 징계를 내렸다. 이렇게 자당 후보는 감싸고, 민주당의 막말에 대해선 ‘통합당과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우롱’이라고 맞서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황교안 대표는 또 흉기를 든 남성이 같은 당 오세훈 후보(서울 광진을)의 유세 현장에 뛰어든 사건을 거론하며 “이 정부는 자기들 목적을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테러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침소봉대가 아닐 수 없다.

여야 지도부가 총동원된 막말 공세는 우선 상대를 흠집 내고 보자는 낡은 공작 정치의 유물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얕보는 오만에 다름 아니다. 여야는 즉각 저질 막말 공방을 중단해야 한다. 유권자가 옥석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인물·정책 대결의 장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러지 않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부메랑이 돼 혹독한 심판을 할 게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