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 비화기 휴대폰 사용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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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도청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정부가 일부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들에게 도청이 안되는 비화(秘話)휴대폰을 지급해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또 일부 광역지자체의 경우 정통부의 지시로 도청방지 휴대폰 구입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박진(한나라당)의원은 6일 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올 4월초 청와대 경호실이 일부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들에게 별도의 칩이 내장된 비화 휴대폰을 지급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朴의원은 “이는 당초 김대중정부 말인 2002년 말에 지급될 예정이었으나 도감청 논란이 일자 이를 보류했다가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인 올 초 지급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는 도청이 안된다고 하면서 정부만 비밀통화를 하겠다는 부도덕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朴의원은 “정통부가 국가지도무선망 사업과 관련해 2001년12월 각 부처와 광역단체 등에 ‘2002년8월31일 비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 바 비화 휴대폰 구입 및 이용요금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며 “이에 따라 부산시와 전라남도 등은 휴대전화 비화기 사용 예산을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朴의원은 그 근거로 정통부의 관련 공문(2급기밀) 겉표지와 전라남도의 2002년 1차추경예산안,부산시의 2003년 예산안 내역서를 제시했다.
또 한나라당 권영세의원은 이날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앤큐리텔사가 지난 2월 ‘2중 비화휴대폰’을 개발해 신제품 설명회를 열었으나 국가정보원이 저지해 시판하지 못했다”며 “도·감청이 절대 불가능하다던 국정원이 ‘도청방지 휴대전화를 불순세력이 이용하면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를 저지한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대제 정통부장관은 “CDMA 이동통신은 도·감청이 불가능하며 청와대와 국무위원들은 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있다”면서 “일부 지자체에 대해 2003년 예산안에 비화 휴대폰 사용예산을 반영토록 했으나 사용할 필요가 없어 예산을 집행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박승희·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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