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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울고 불량 알바생에 두번 운 PC방 사장…눈물의 폐업

중앙일보

입력

경영 악화로 폐업 예정인 충북 청주의 한 피시방. [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경영 악화로 폐업 예정인 충북 청주의 한 피시방. [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코로나 사태에도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지 않았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에서 3년째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 A씨(21)를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A씨가 매장 상품을 마음대로 먹고, 손님에게 받은 거스름돈을 정산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매장 청소를 깨끗이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청주 PC방 대표, 20대 아르바이트생 고소 #업체대표 "직원 청소안하고, 정산도 안맞춰" #"위생 엉망 만들어 손님 뺏겼다" 도산 직전 처지 #매출 3000만원→1000만원, 월세 3개월 밀려

 김씨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3월 인건비를 주기도 벅찼지만, 학비를 벌려는 아르바이트생을 어떻게든 해고하지 않고 안고 가려 했다”며 “성실하다고 믿었던 직원이 도리어 PC방 경영에 막심한 손해를 끼쳐 결국 도산 직전에 몰렸다”고 울먹였다.

 김씨가 대학생 A씨를 고소하게 된 경위는 지난달 21일께 한 단골손님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A씨가 손님이 나간 뒤에도 컴퓨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제대로 닦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며칠 뒤 매장에 설치한 폐쇄회로TV(CCTV)를 열어본 김씨는 깜짝 놀랐다.

PC방 이미지. 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PC방 이미지. 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김씨는 “청소를 하지 않은 사실 외에도 A씨가 매장 식품들을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먹고, 손님에게 받은 음식값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 모습을 다수 확인했다”며 “친구를 불러 근무를 대신 세우거나 판매한 상품을 고의로 정산하지 않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PC방에서 파는 음식의 경우 A씨가 기존 레시피를 따르지 않아 ‘맛이 이상해졌다’는 항의가 빗발쳤다”고 했다.

 해당 PC방이 있는 대학가 인근에는 경쟁업체 4~5곳이 있었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로 근근이 버틸 수 있었던 건 PC방을 깨끗이 유지한 덕분이었다”며 “다른 PC방으로 자리를 옮긴 단골에게 떠난 이유를 물어보니 ‘손님이 다녀간 자리를 닦지도 않는 PC방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초A씨를 고용한 이후 해당 PC방 단골은 200여 명에서 5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PC방 운영 10년 경력의 김씨가 우암동에 가게를 차린 건 대학가 오피스텔 거주자 등 고정 손님이 많아서다. 아르바이트생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새롭게 문을 연 PC방에는 약 4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3억원은 대출 등 빚이고, 나머지 1억원은 그동안 번 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김씨 PC방의 한 달 매출은 300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2~3월 매출이 1000만원 이하로 급격히 하락했다. 275만원 하는 가게 월세는 3개월 밀린 상태다. 전기세는 두 달째 못 내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김씨는 평일 오전 5~6시에 나와 오후 10시까지 일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한 피시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지난달 한 피시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김씨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어 힘든 와중에 A씨가 매장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남은 손님마저 발길이 끊겼다“며 “가게를 내놓고 장사를 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5살, 10살 두 명의 자녀를 둔 김씨는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했다. 김씨는 PC방 사업이 정리되는 대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예정이다. 그는 “안 그래도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 줄도산 위기인데 A씨 같은 불량 근로자들 때문에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해당 의혹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28일 해고되면서 김씨에게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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