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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 위한 ‘작은 기부’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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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경인총국장

전익진 경인총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심각한 경제적 고난에 빠져 있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이제 직원 한 명의 인건비(하루 8만5000원)를 감당하기도 버겁게 됐다고 했다. 가게 한쪽엔 단전·단수를 경고하는 각종 독촉장이 쌓였고, 종합소득세 등 세금도 밀렸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월 임차료 80만원은 다달이 빠져나가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그는 “답답해 얼마 전 산에 올라갔다. 해서는 안 될 생각이 두 번이나 나더라. 주변에 말도 못하겠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비 같은 미담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대미문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위기에 내몰린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작은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50년 가까이 평생 구두를 닦아 모은 돈으로 장만한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땅 3만3000㎡(1만평, 임야, 시가 5억~7억원)를 코로나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내놓겠다고 밝힌 김병록(61)씨의 기부가 대표적 사례다. 〈중앙일보 3월 12일자 1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50년 가까이 구두를 닦아 장만한 경기도 파주시 땅 3만3000㎡를 기부한 구두수선공 김병록씨. 변선구 기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50년 가까이 구두를 닦아 장만한 경기도 파주시 땅 3만3000㎡를 기부한 구두수선공 김병록씨.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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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달 23일 파주시청을 방문, 이 땅에 대한 기부채납 서약서를 제출한 후 이런 말을 건넸다. “앞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기부 릴레이가 이어진다면, 코로나로 위기에 놓여 실의에 빠진 분들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여파였을까. 파주에서는 최근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는 같은 날 파주시청을 방문해 코로나19 극복에 써달라며 690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김재일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회원들의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파주시에는 현재 총 9200만원의 현금과 마스크 2만8310장, 손 소독제 3970개 등 코로나19 후원금 및 방역물품이 접수됐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성금과 방역물품을 취약계층 및 사회복지시설에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우리에게는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국민적인 기부 운동을 계기로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한 기억이 있다. 열다섯 돈 금목걸이, 쌍가락지 결혼반지, 장롱 속 황금열쇠 등 귀중품이 한 푼 보상도 없이 순수 기부 형태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은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공동체 의식이 발휘된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코로나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이 시점에 사회 각 분야의 기부운동이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식으로 퍼지길 기대해 본다. 그러면 ‘우리는 극복해낼 수 있다’는 사회 공동체의 자신감이 모일 것이다.

전익진 경인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