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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과 뇌졸중

중앙일보

입력

"심방세동, 심장판막동반하면 뇌졸중 걸릴 확률 17배나 높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등이 뇌졸중을 잘 일으키게 하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원인으로는 심장병을 들 수 있는데 서구의 보고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10명 중 2명은 심장의 이상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따라서 심장병이 있는 환자는 이의 치료뿐 아니라 뇌졸중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모든 심장병이 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심방세동, 심근경색, 판막질환, 인공판막, 심부전, 심장내 혈전 및 일부 선천성 심장 이상 등이 원인이 된다.

▣ 심장병중 심방세동, 심장판막질환이 뇌졸중의 고위험 요인

이들 중 심방세동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약 반수에서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경우에 별 차이가 없다. 서구에서는 급성 심근경색이 두 번째로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판막질환이 뇌졸중을 일으키는 심장병의 2위를 차지하여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서구의 3배 이상이 된다.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하여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약 5배 증가하게 되는데 판막질환과 심방세동이 같이 있는 경우에는 뇌졸중의 발생위험이 훨씬 높아져서 정상인의 17배나 된다.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한 종류로 맥박을 짚어보거나 심장 청진을 하면 일정한 유형이 없이 전혀 제멋대로 심장이 박동하는 경우에 강하게 의심할 수 있는데 심전도를 찍어보면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심방세동이 젊은 사람에서는 심장 판막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판막의 이상이 없이 나타나는 소위 비판막성 심방세동은 노인층에서 많이 보게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심방세동의 발생빈도는 증가하여 75세 이후에는 인구의 5% 이상에서 심방세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똑같은 심방세동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교적 젊은층에서는 뇌졸중이 발생할 빈도가 낮아서 60세 이전이고 고혈압이나 다른 심장병이 동반되지 않으면 뇌졸중의 위험은 연간 0.5%로 크게 문제될 정도가 아니지만 70대에는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이의 약 10배 정도이고 80대에는 15배에 가까워 지므로 노인에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 심장병에 의한 뇌졸중, 동맥경화에 의한 뇌졸중의 2배정도 치명적 예후

심장병에 의해 뇌졸중이 발생하면 환자의 상태가 더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 본 연구자 등은 심장병과 연관된 경우와 두경부 혈관의 동맥경화에 의한 뇌졸중을 비교하여 얻은 결과를 대한신경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 있는데 심장병에 의한 경우 CT나 MRI 상 측정한 뇌경색의 크기가 동맥경화에 의한 것에 비해 약 2배 정도로 크게 나타났다.

또한 발병 1개월 후의 회복 정도를 비교하였을 때 동맥경화에 의한 뇌졸중에서는 환자의 약 4분의 1이 혼자 걸을 수 없거나 이보다 더 심한 장애가 있었던 반면에 심장병에 의한 뇌졸중의 경우는 반에 가까운 환자가 이러한 상태를 보여 훨씬 장애가 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 뇌졸중 예방위해 심장질환 진단 및 치료 우선

하지만 심장병에 의한 뇌졸중은 다른 원인에 의한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으므로 미리 심장의 이상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심장 질환을 찾아내기 위해 흔히 심전도와 심초음파도가 쓰인다. 심전도는 간편하게 부정맥 등의 심장 이상을 알 수 있어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을 찾기 위해 24시간동안 기계를 차고 다니면서 검사할 수도 있다.

심초음파도는 흔히 가슴 벽을 통하여 초음파를 쏴서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보게 되는데 이 경우 심장내에 혈전이 가장 잘 생기는 좌심방을 자세히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내시경 검사를 하듯이 기계를 식도로 밀어넣어 심장의 뒤쪽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는 방법이 점차 기존의 방식과 더불어 많이 쓰이고 있다.

예방치료제로는 쿠마딘이 효과적이나 적절한 용량 복용해야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뇌졸중의 예방을 위하여 흔히 항응고제를 투여하게 되는데 쿠마딘이 가장 대표적 약제이다. 비판막성 심방세동에서 쿠마딘을 쓰면 3명 중 2명의 비율로 뇌졸중의 발생을 막을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약은 잘못쓰면 부작용으로 출혈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반드시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여야 한다는 번거러움이 있다. 이러한 번거러움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실제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을 위한 쿠마딘의 사용이 저조한 것으로 국내 및 국외의 연구에서 알려져 있는데 주기적인 혈액검사로 꼼꼼히 관리한다면 출혈의 부작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쿠마딘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에서는 효과는 조금 못하지만 아스피린을 대신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에서 재발을 막기 위한 때나 기계식 인공판막을 가진 경우에는 쿠마딘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뇌졸중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예방이 강조된다. 특히 심장병에 의하여 발생한 뇌졸중은 다른 원인에 의한 것보다 더 중한 경우가 많은 것이 알려져 있는데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면 비교적 효과적으로 뇌졸중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심장병 치료뿐 아니라 뇌졸중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이에 대하여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윤병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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