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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기회다" 팬데믹 속 기업 사냥 시동거는 차이나 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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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워런 버핏응로 여겨지는 푸싱 그룹의 궈광창 회장은 최근 해외 우량 자산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중국의 워런 버핏응로 여겨지는 푸싱 그룹의 궈광창 회장은 최근 해외 우량 자산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주요국 기업들이 생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중국 자본이 ‘기업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7일(현지 시간)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가 해외 기업 쇼핑에 시동을 걸고 있다”며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큰손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홍콩 소재 로펌 데커트의 양 왕 파트너는 “아직은 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 증가세의 초기 단계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를 찬스로, 중국 해외 M&A 다시 시동 #中 기업들 가치 하락한 자산 사냥 본격 나설듯 #경제 셧다운에 허덕이는 유럽 기업이 타깃될 것 #이탈리아 등 외국인 투자 제한하며 방어 태세

대표적인 곳이 중국 푸싱그룹이다. ‘중국판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 회장이 이끄는 중국 최대 민영 투자기업인 푸싱은 최근 해외 우량 자산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자산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푸싱그룹의 계열사인 ‘상하이 유위안 투어리스트 마트 그룹’은 지난달 20일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Djula)의 지분 55.4%를 2억1000만 위안(36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외환관리국이 90% 지분을 보유한 국영투자펀드 CNIC도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인 그린코 그룹의 지분 10%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 기업을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APF=연합뉴스]

중국 자본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 기업을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APF=연합뉴스]

주요 타깃은 코로나19로 매출 급감에 허덕이는 유럽 기업이다. 항공·호텔업계뿐 아니라 축구 리그까지 셧다운 되면서 유럽 대부분 기업의 현금 흐름은 마비된 상태다. 당장 자금줄 확보에 혈안이 된 기업 중 일부는 적대적 M&A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 투자은행가는 “유럽 기업이 비즈니스 매각에 나섰고, 중국 자본을 잠재적인 거래 상대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2년 전만 해도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기업을 사들였다. 중국 정부도 단시간에 기업 역량과 기술력을 키우는 해외 M&A를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다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 투자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중국 당국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투자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하이항(HNA) 그룹의 해외 M&A를 단속한 이후 중국의 대형 국제 M&A는 자취를 감췄다. 따라서 이번 푸싱그룹 등의 사례는 중국 자본의 세계 무대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6일 중국 자본의 적대적인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골든 파워' 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6일 중국 자본의 적대적인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골든 파워' 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한편 유럽의 일부 국가는 이미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 6일, 외국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골든 파워(정부에 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하는 권한을 부여)’ 법안에 따른 강화 조치들을 은행·보험·헬스케어·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시행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고, 독일도 국가적인 이해에 상반되는 M&A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할 방침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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