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에 대해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기 피해자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철 전 VIK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건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VIK 피해자연합 등은 6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사기꾼의 대변인이냐”며 “사과하라”고 외쳤다.
MBC는 지난 2일 이 전 대표와의 옥중 서면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 대표는 “저희 밸류는 결단코 사기 집단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집단 지성의 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려고 노력한 밸류에게 상은 못 주어도 모욕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1조원대 사기꾼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울하게 옥살이하고 있다는 파렴치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런 보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전 대표가 억울하게 탄압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조희팔급의 사기꾼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거짓말이라도 지어낼 수 있다”며 “MBC는 이 전 대표의 주장에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또 이 전 대표에게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사기 범죄를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관계 인사들에게 접촉했다. 이 전 대표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이며 국민참여당의 창당 멤버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4년 8월 VIK 모집책들을 상대로 강연했고, 이듬해에는 VIK 사무실에서 유 이사장 지지모임 회원들과 글쓰기 강연을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양균 전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수석이 VIK에서 강연을 했으며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이 전 대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모임 측 이민석 변호사는 “이 전 대표와 VIK 사건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고, 그다음에 채널A 문제를 거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MBC가 사과 보도 안 하면 다음에는 MBC로 쳐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MBC는 이날 채널A 기자와 이 전 대표 지인 간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채널A 기자가 “다른 간부를 말하는 건 회사에서도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논의한 부분에 대해 진전된 부분이 있다. 한 번 뵙고 얘기하자” 등 먼저 연락을 시도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장인수 기자는 이날 라디오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채널A 기자와 이 전 대표 측이 나눈 녹음 파일은 기술적인 처리 과정을 거쳐 추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11년부터 4년 동안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3만여명에게서 약 700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재판을 받다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에서 VIK 투자사의 유상증자에 관여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약 619억원을 모집한 혐의 등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당시 비상장사였던 신라젠 주식 100억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았으며 지난 2월 징역 2년6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