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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서 나홀로, 슬기는 슬기로운 생활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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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코로나19가 심각한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여자축구 마드리드 CFF 장슬기. 자가격리 중인 장슬기가 직접 요리한 제육볶음. [사진 장슬기]

코로나19가 심각한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여자축구 마드리드 CFF 장슬기. 자가격리 중인 장슬기가 직접 요리한 제육볶음. [사진 장슬기]

스페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숫자가 8000명을 돌파했다. 확진자 9만명으로, 중국을 넘어섰다. 수도 마드리드에는 조기가 내걸렸다. 마드리드에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수비수 장슬기(26)가 산다. 지난해 12월 인천 현대제철을 떠나 스페인 여자축구 마드리드 CFF 페메니노에 입단했다.

마드리드 진출 여자축구 장슬기 #사망자 8000명 넘어 중국 앞질러 #화상전화 통해 팀동료 단체 홈트 #유럽파 선수끼리 서로 안부 챙겨

31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장슬기는 “2월 제주에서 도쿄올림픽 예선을 마친 뒤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홈 경기장이 보이는 집에서 혼자 지낸다. 지난달 1일 바르셀로나와 경기 후 리그가 중단됐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 (리그가) 재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스페인 여자축구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1일 중단됐다. 마드리드 CFF에서 활약 중인 장슬기. [사진 SNM EO 인스타그램]

스페인 여자축구는 코로나19 여파로 3월1일 중단됐다. 마드리드 CFF에서 활약 중인 장슬기. [사진 SNM EO 인스타그램]

스페인 상황에 대해 장슬기는 “(지난달 15일) 스페인에 전국봉쇄령이 내려졌다. 집 밖에서 돌아다닌 지 2주가 넘은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곳 상황이 어떤지 확실히는 모른다. 다만 집 창밖을 내다보면 사람이 아예 다니지 않는다.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2주간 식료품·의약품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 출근을 금지했다.

한국에 돌아오는 항공편이 있는지 묻자 “아직은 있는데, 티켓 값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총선 재외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아마도 투표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에는 지소연(29·첼시), 조소현(32·웨스트햄), 이금민(26·맨체스터시티), 전가을(32·브리스톨 시티)이 있다. 장슬기는 “영국도 좋은 상황이 아니지만, 스페인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동료들이 항상 내 걱정부터 해준다. 팀에 확진자는 없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각자의 집에서 화상 통화로 함께 훈련하는 장슬기(왼쪽 아래)와 마드리드 동료들. [사진 장슬기]

각자의 집에서 화상 통화로 함께 훈련하는 장슬기(왼쪽 아래)와 마드리드 동료들. [사진 장슬기]

격리 생활도 자신의 이름처럼 ‘슬기’롭게 하고 있다. 장슬기는 “팀 동료들과 단체 화상통화를 통해 매일 오후 1시부터 한 시간씩 홈 트레이닝을 한다. 1층 거실에 콘을 세우고 드리블하며 감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또 “축구공이나 두루마리 휴지로 볼 트래핑하는 ‘스테이 앳 홈 챌린지’도 해봤다. 솔직히 너무 못해서 포기했다”며 웃었다.

집에 혼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덕분에 요리 실력이 늘고 스페인어 공부도 많이 하게 됐다. 장슬기는 “집에서 많이 해 먹는데, 오이무침·떡볶이·간장 삼겹살 등이 자신 있다. 스페인어도 꾸준히 공부한다. 말이 빨라 필사적으로 들으려 한다”고 전했다.

각자의 집에서 화상 통화로 함께 훈련하는 장슬기(가운데 아래)와 마드리드 동료들. [사진 장슬기]

각자의 집에서 화상 통화로 함께 훈련하는 장슬기(가운데 아래)와 마드리드 동료들. [사진 장슬기]

코로나19 사태 전에 장슬기는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간혹 왼쪽 윙과 중앙 미드필더도 겸했다. 장슬기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동료들은 그를 “얀”이라고 부른다. 그는 “팀에 한국인 민성훈(32) 코치님이 있어 적응을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최근 장슬기는 동료들과 함께 손뼉 치는 영상을 찍었다. 그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보내는 박수”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코로나19가 감소세다. 그는 “스페인에서도 한국을 부러워한다. 또 대단하다고 한다. 한국 의료진에게도 손뼉을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한국-중국 경기가 6월로 연기됐다. 장슬기는 “중국에 좋은 선수가 많지만, 우리도 새 감독(콜린 벨) 부임 후 조직력이 좋아졌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벨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장슬기는 “올림픽 티켓을 꼭 따기 위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겠다. 팬들과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지금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응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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