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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아닌데 병사 죽게하나" 美핵함장 4쪽짜리 SOS 서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6일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이 예인선에 끌려 괌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지난달 26일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이 예인선에 끌려 괌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전쟁도 아닌 데 수병들이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

어지간한 나라의 공군력보다 더 강력하다는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의 함장이 SOS를 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의 브렛 크로지에 함장(해군 대령)이 전날 미 국방부에 “위험에 처한 승조원들이 배에서 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크로지에 함장은 4페이지짜리 서한에서 “전쟁도 아닌 데 수병들이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며 “우리는 지금 교전이 아닌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수병을 제대로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적었다.

크로이제 함장은 현재 수십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서 3명의 수병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앞서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은 지난달 5~9일 베트남 다낭에 기항한 적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은 지난달 26일부터 괌에 정박한 상태다. 미 해군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승조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승조원들은 함내에 머물고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같은 대형 핵항모엔 약 5000명의 승조원이 탄다. 함선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쉽게 퍼질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미 해군은 긴급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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