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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중 7곳, 그들이 택해야 1위 됐다···총선 캐스팅보트 50대

중앙일보

입력

다음달 실시되는 4.15 국회의원 선거를 10여일 앞둔 30일 대전시선관위가 '4.15 선거빵'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대전의 대표 빵집인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 본점에서 직원이 갓구워낸 선거빵을 진열대에 올려놓고 있다.김성태/2020.03.30.

다음달 실시되는 4.15 국회의원 선거를 10여일 앞둔 30일 대전시선관위가 '4.15 선거빵'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대전의 대표 빵집인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 본점에서 직원이 갓구워낸 선거빵을 진열대에 올려놓고 있다.김성태/2020.03.30.

4·15 총선에서 50대가 격전지 승패를 가르는 '세대 캐스팅 보트’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3월 24~28일 진행한 지역구 가상대결 여론조사(30·31일 보도) 분석 결과다. 전체 10곳 중 7곳에서 50대의 선택을 받은 후보가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50대 유권자층이 지역구 판세를 가르는 ‘표심 바로미터’ 기능을 한 거다.

서울 강남갑에서 미래통합당 태구민(42.6%)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김상곤(33.7%) 후보를 8.9%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지역 응답자 중 18~29세(38.6%), 30대(39.3%), 40대(42.7%)는 김 후보를 지지했고 60대 이상에선 태 후보의 지지도(68.5%)가 압도적이었다. 중간에 낀 50대가 승부를 갈랐다. 이들이 김 후보(37.5%)보다 태 후보(45.2%)에 더 높은 지지를 보내면서 태 후보가 전체 우위를 점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판사 출신 두 여성 후보 맞대결로 격전이 예상되는 서울 동작을도 비슷하다. 18세~40대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에, 60대 이상이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가운데 50대에서 나 후보(37%)보다 이 후보(53.1%)의 지지가 높았다. 전체 결과는 이 후보 46.5%, 나 후보 36.9%였다.

4.15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4.15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0대가 세대 표심의 절취선 역할을 하는 현상은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지방에서도 나타났다. 경기 안양동안을, 충남 공주-부여-청양, 대구 수성갑에서 18세 이상 40대 이하가 민주당 후보를 택한 반면 60대 이상은 미래통합당 후보에 쏠림 현상을 보였다. 이들 사이에 있는 50대 응답자 향배에 따라 민주당 후보(이재정·박수현)와 통합당 후보(주호영)가 각각 승기를 잡는 결과가 나왔다.

진영 논리가 강한 3040과 6070 사이에서 50대가 여야 정책을 비교하며 ‘실용 투표’를 한다는 분석이다. 경제활동 초중반기(30~40대)에 비해 이념이나 정치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온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행정학)는 “3040보다 사회적 경험이 쌓이면서 정치권을 평가하는 기준도 단선적이라기보다는 입체적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50대는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이기에 집단에서 개인으로 회귀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50대는 과거 ‘386 ’이었다. 청년기부터 정치 참여가 높았고, 2002년 대선 당시 30대 초중반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어느 세대보다 진보 성향이 강했지만, 50대라는 기성세대의 일원이 되면서 현실주의 경향 역시 그에 비례해 쌓이게 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50대의 또 다른 얼굴은 강남좌파"라고 지적한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3년간 문재인 정권 지지율 이탈이 가장 큰 두 세대가 20대랑 50대”라며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4.15 국회의원 선거를 보름앞둔 31일 대전의 한 인쇄소에서 충남도선관위 공무원과 직원이 무려 48.1cm의 길이의 갓 인쇄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김성태/2020.03.31.

4.15 국회의원 선거를 보름앞둔 31일 대전의 한 인쇄소에서 충남도선관위 공무원과 직원이 무려 48.1cm의 길이의 갓 인쇄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김성태/2020.03.31.

50대 초반 유권자들이 4년 전 20대 총선에서 ‘40대 캐스팅보트(무당층)’로 불리며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경제 심판론’에 호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교수는 “인구도 많고 정치 적극성이 큰 세대”라며 “50대는 여전히 집단주의 사고에 익숙하고 개인주의 문화에는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바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50대는 ‘문재인 심판론’으로 기울어지지는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앙일보 격전지 여론조사 10곳 중 8곳에서 민주당이 우세했다. “통합당이 더 실용적인 대안으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신 교수)이라는 진단도 있다.

3월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선거인명부 작성현황(24~28일)에 따르면 50대(865만명)는 전체(4398만명) 유권자 중 19.7%로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 6·13 지방선거(2018년) 때보다 8만명 증가했다. 50대 다음으로는 40대(19%), 30대(15.9%), 20대(15.5%), 60대(14.6%), 70대 이상(12.7%), 18~19세(2.6%) 순이다.

심새롬·박건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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