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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피해자 74명중 20여명 신원 확인···대부분 미성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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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강정현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강정현 기자

미성년자 등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 유통한 텔래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주범 조주빈(25)의 피해자 가운데 20여명의 신원이 검찰에서 특정됐다고 한다. 피해자 절반은 아동‧청소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TF(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31일 오전 10시15분부터 영상녹화실에서 조씨에 대한 네 번째 소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조사에서 검찰은 경찰에서 넘겨받은 피해자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조씨에게 피해 유형과 시기, 경위등을 캐묻고 있다.

앞서 경찰은 조씨의 범행에 따른 피해자가 74명(미성년자 16명)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신원은 특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20여 명의 신원이 특정됐다. 이중 절반 이상은 아동·청소년이라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조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피해자 소환 조사는 극히 신중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 조사를 경찰과 검찰이 중복해서 할 경우 피해자 의사와 배치될 수 있는 만큼, 혐의를 특정하기 위해 꼭 필요할 경우에만 부르겠다는 것이다. 다만 피해자 국선변호인 선임·불법 촬영물 삭제 등 지원 방안은 대검찰청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

첫 변호인 입회 하 조사

이날 오후부터 조씨는 김호제 법무법인 태윤 변호사(38‧사법연수원 39기) 입회 하에 조사를 받는다. 검찰 조사 이후 처음으로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가 진행 되는 것이다. 지난 3차례 모두 ‘나홀로 조사’를 받은 조씨는 12개 혐의 중 일부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서울구치소에서 조씨를 접견한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선임계를 제출했다. 앞서 경찰 단계에서 선임된 법무법인 오현 측은 수임 논란이 일자 곧장 사임계를 낸 바 있다. 이후 조씨는 성범죄 전문 변호사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전부 거절해 변호인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n번방 중 박사방 어떻게 운영됐나[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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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자’처벌 관건은

검찰은 ‘관전자’로 불리는 박사방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 요건도 검토 중이다. 텔레그램은 시스템상 사진이나 영상을 확인할 때 파일이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소지죄를 적용할 소지가 가장 크다. 그러나 이 같은 형태의 다운로드도 형사적으로 ‘고의’의 대상인지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경찰의 가입자 조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유형별 입건 및 처벌 기준 등을 경찰과 논의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을 위한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 역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구성원 신상과 조직 체계, 활동내용 등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법리 검토가 가능한 만큼 텔래그램방 이용자들을 조사 중인 경찰 수사 경과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최소한의 통솔체계 등 4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범죄단체 조직죄’가 성립된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조씨와의 공모 혐의를 적용해 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모(27)씨 등 박사방 운영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4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씨 1명, 경찰은 조씨 공범 9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조씨의 휴대폰 9대를 포함한 디지털 증거물 20여개도 분석하고 있다.

현장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현장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조주빈 범죄수익 규모는

현재로서는 범죄수익 규모의 구체적인 산정이 어렵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특히 조씨 비트코인 계좌에서 32억원이 입출금돼 범죄수익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계좌 주소를 마치 자기 것인양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료 회원 규모를 추산하는데 수사력을 쏟고 있다.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영상을 다운받아 본 이들의 규모를 파악해야 정확한 범죄 수익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텔래그램 방 특성 상 무료 회원이거나 금액 특정이 어려운 회원도 다수라고 한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범행에 이용된 다크코인 ‘모네로’가 다른 가상화폐보다 암호화가 강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씨의 협조가 없다면 추적과 몰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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