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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전 총리, "아베 거짓말 해...총리직 그만둬야" 비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적 스승'격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아베 총리는 사학 비리에 대해 책임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서 모리토모 학원 문제 관련 작심 비판 #"자신이 관여했으면 그만둔다 했으니 책임져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지지통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지지통신]

고이즈미 전 총리는 31일 발간된 주간지 '슈칸아사히'(週刊朝日)에 실린 인터뷰에서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 및 관련 서류 조작 사건 등을 거론하며 "누가 봐도 (아베 총리가) 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초 (재무성이) 공문서를 고친 것은 아베 총리가 '나 자신이나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둔다'고 국회에서 말한 데서 시작됐다"며 "국회에서 자신이 관여했으면 그만둔다고 했으니 결국 책임지고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지난 2016년 일본 정부가 오사카의 국유지를 모리토모 사학재단에 감정가 8분의 1수준의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恵)여사가 이 국유지에 들어설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을 맡는 등 재단과 아베 정권의 유착관계가 주목 받았다.

특히 특혜 매각 의혹이 제기된 뒤 재무성이 매각 관련 문서에 포함된 아키에 여사와 자민당 정치인 관련 부분을 삭제하는 등 공문서를 사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2018년 3월 아사히 신문에 이 문서 조작 사실이 보도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사카 긴키재무국(재무성의 지부)직원 아카기 도시오(赤木俊夫·당시 54세)의 유서와 수기가 지난 18일 발매된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 공개되면서 다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공개된 수기에는 '결재 문서를 고친 것은 전부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의 지시'라고 적혀 있었는데, 고이즈미 총리가 이 문제를 거론하며 아베 총리를 작심하고 비판한 셈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모리토모 학원이 신설을 추진한 초등학교 명예교장에 아키에 여사가 취임한 것을 거론하며 "아베 총리가 그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거짓말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평양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올라타면서 손을 흔들고 있고 옆에 동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당시 관방부(副)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교도=연합뉴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평양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올라타면서 손을 흔들고 있고 옆에 동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당시 관방부(副)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교도=연합뉴스]

이번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하면서 상식 밖의 일이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 초청자 명부가 파기된 것에 관해 "'이런 일을 잘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질려버렸다"며 "장기 집권으로 자신이 붙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코로나 대책으로 국민에게 수십만엔(수백만원 수준)을 나눠 준다고 말하는데, 돈을 흩어 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소비세 제로'도 그렇다. 앞으로 소비세는 중요한 재원"이라며 경기 부양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 재임 중 관방부(副)장관,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 등을 맡으며 정치적으로 성장했으며 고이즈미 퇴임 후 사실상 바통을 넘겨받아 자민당 총재 및 일본 총리로 취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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