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속 영화관 누가 갈까…'혼영족'·1020관객 비중 증가

중앙일보

입력

라미란 주연 코미디 '정직한 후보'가 코로나19 여파에 축소된 2~3월 극장가에서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20대 관객 비중이 44.4%에 달했다. 4선에 도전한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며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사진 NEW]

라미란 주연 코미디 '정직한 후보'가 코로나19 여파에 축소된 2~3월 극장가에서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20대 관객 비중이 44.4%에 달했다. 4선에 도전한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며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사진 NEW]

평일 하루 관객 수는 2만 명, 주말은 하루 6만 명까지 곤두박질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가가 받아든 처참한 성적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8일까지 올 3월 관객 수는 171만명. 전년 동기 대비 10%대로 급락했다. 그런데도 영화관을 꾸준히 찾고 있는 관객은 누구일까.

멀티플렉스 CGV, 2~3월 관객 분석 #젊은층 공략 장르물 상영 비중 늘어

①'혼영족' 비중 2배 늘었다 

27일 본지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에 관객 분석을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CGV를 다녀간 관객 중엔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관객의 26.04%로 전년 동기(14.32%)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 2월1일~3월26일과 전년 동기간 CGV 영화관 관객 인원 구성 분석. [나원정]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 2월1일~3월26일과 전년 동기간 CGV 영화관 관객 인원 구성 분석. [나원정]

반면 3인 이상 관객 비율은 전년 동기(29.16%) 대비 올해 13.84%로 크게 줄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더해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 애니메이션 등 가족관객이 볼만한 영화가 대거 개봉을 연기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2인 관객은 전체의 60.12%로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②3040 극장 덜 가는데 1020은

연령별로 10·20대 비중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전체 관객 수가 쪼그라든 가운데 30대 이상 관객들의 감소 폭에 비해 20대 이하 관객들은 비교적 덜 줄어든 결과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CGV 영화관을 다녀간 20대 관객 비율은 전체의 41.58%로 전년 대비 10.42%나 증가했다. 10대는 전년 2.86%에서 올해 3.10%로 소폭 늘었다. 여전히 20대에 이어 연령별 비중이 높은 30대 관객은 이 기간 25.57%로 전년보다 1.58% 정도 줄었다. 40대 비중은 전년 26.62%에서 17.14%로 연령별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 2월1일~3월26일과 전년 동기간 CGV 영화관 관객 연령별 분석. [나원정]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 2월1일~3월26일과 전년 동기간 CGV 영화관 관객 연령별 분석. [나원정]

③장르물이 젊은 매니어층 공략 

이는 상영작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올해 이 기간 매출 50%를 나눠 가진 ‘정직한 후보’ ‘클로젯’ ‘남산의 부장들’ ‘작은아씨들’ 등 흥행 상위 4편은 ‘남산의 부장들’을 제외하고 모두 20대 관객 비중이 각기 40% 안팎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남산의 부장들’만 1월 개봉, 나머지는 전부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 개봉했다.

10대 관객 비중도 ‘남산의 부장들’(0.9%)을 제외하면 라미란이 3선 국회의원을 연기한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가 4.1%, 공포영화 ‘클로젯’이 6.2%, 할리우드 차세대 여성 스타가 총출동한 ‘작은 아씨들’이 2.8%였다. ‘클로젯’ 외에도 할리우드 저예산 공포영화 ‘인비저블맨’이 4주 연속 1위를 하는 등 매니어층, 젊은 연령층을 공략한 중소규모 장르물이 극장가를 지킨 것도 10·20대 관객 비중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사진)가 주연제작한 공포영화 '클로젯' 한 장면. 지난달 개봉해 코로나19 속 2~3월 극장가 흥행 2위에 올랐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사진)가 주연제작한 공포영화 '클로젯' 한 장면. 지난달 개봉해 코로나19 속 2~3월 극장가 흥행 2위에 올랐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와 달리 지난해 이 기간엔 가족영화 성격의 코미디 ‘극한직업’(33.8%, 이하 매출액 점유율), 마블 히어로물 ‘캡틴마블’(16.1%)이 각각 흥행 1, 2위를 하며 전체 매출의 절반을 가져갔다. 특히 1월 23일 개봉해 이 기간에만 1144만관객을 모은 ‘극한직업’은 30대 관객이 31.3%로 가장 많고 20대 30%, 40대 24.7% 순서였다. 10대 비중은 ‘극한직업’ ‘캡틴마블’ 모두 약 2%에 머물렀다.

다만, 추후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면 관객 구성은 바뀔 수 있다. 한 예로 25일 개봉한 르네 젤위거 주연 음악영화 ‘주디’의 CGV 관객은 연령별로 30대가 32.8%, 이어 40대 24.3%, 50대 이상 19% 순서였다. 10대는 0.9%에 불과했다. 1930~60년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은막의 스타 주디 갈랜드의 생애 마지막 콘서트를 담은 영화로, 기존 개봉작에서 소외된 30대 이상 관객층을 빨아들였다.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가수 주디 갈란드의 마지막 런던 공연을 다룬 영화 '주디'. 주연배우 르네 젤위거가 노래실력과 외모를 빼닮게 연기해 올 시상식 시즌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사진 퍼스트런]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가수 주디 갈란드의 마지막 런던 공연을 다룬 영화 '주디'. 주연배우 르네 젤위거가 노래실력과 외모를 빼닮게 연기해 올 시상식 시즌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사진 퍼스트런]

지난달부터 이달 26일까지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동기간(3425만명)의 26% 수준인 898만명으로 떨어졌다. 경영난으로 문 닫는 극장들이 늘어나면서 영화계에서는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