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O와 개성의 줄다리기…패션예능 ‘마포멋쟁이’가 똑똑하고 재밌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

중앙일보

입력 2020.03.28 05:00

업데이트 2020.03.28 06:18

많은 예능 히트작을 탄생시킨 나영석 PD가 처음으로 만든 패션 프로그램 '마포멋쟁이'. 이 프로그램은 2월 28일 tvN과 유튜브를 통해 방영된 첫 회부터 화제가 됐다.

마포멋쟁이 포스터. 사진 tvN 마포멋쟁이 SNS

마포멋쟁이 포스터. 사진 tvN 마포멋쟁이 SNS

일단 마포멋쟁이는 일반적인 ‘패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패션 예능’이다. 이미 '신서유기’에서 케미를 확인한 십년지기 친구 송민호(위너)와 피오(블락비)가 보여주는 ‘상황에 맞춘 옷 입기’ 대결이 주된 내용이다. 일반적인 패션 프로그램에서 최신 트렌드와 특정 인물의 스타일링 변신 등을 주로 보여줬다면, 마포멋쟁이는 옷을 좋아하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옷을 고르고 또 대결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과정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프로그램에선 상당히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옷 입기를 요구한다. 예컨대 ‘스케줄 없는 평일 오전 11시, 집 앞 편의점에 가는데 연예인 티가 안나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룩’이라든지, ‘토요일 오후 12시,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 오는 친구 결혼식 하객룩’ 같은 식이다. ‘사촌형 결혼식에 갔다가 바로 고추 축제에 가야 하는 상황’이나 '엄한 큰아버지 병문안 뒤 바로 클럽에 공연을 가야 할 때'처럼 옷 한 벌로 두 가지의 상반된 상황을 해결하라는 고난도 미션도 준다.

송민호의 '엄한 큰아버지 병문안(왼쪽) 갔다가 클럽 공연(오른쪽)을 가는' 옷차림. 한쪽은 단정한 색, 뒤집으면 꽃무늬가 있는 패딩 점퍼로 포인트를 주고, 셔츠 단추를 풀어서 목걸이와 안에 입은 티셔츠가 보이게 해 클러버의 느낌을 냈다. 사진 마포멋쟁이 SNS

송민호의 '엄한 큰아버지 병문안(왼쪽) 갔다가 클럽 공연(오른쪽)을 가는' 옷차림. 한쪽은 단정한 색, 뒤집으면 꽃무늬가 있는 패딩 점퍼로 포인트를 주고, 셔츠 단추를 풀어서 목걸이와 안에 입은 티셔츠가 보이게 해 클러버의 느낌을 냈다. 사진 마포멋쟁이 SNS

피오의 '큰아버지 병문안 룩(왼쪽)'과 '클럽 공연 복장(오른쪽)'. 사진 마포멋쟁이 SNS

피오의 '큰아버지 병문안 룩(왼쪽)'과 '클럽 공연 복장(오른쪽)'. 사진 마포멋쟁이 SNS

흥미로운 건 이런 상황에서 송민호와 피오가 달라도 너무 다른 스타일을 훌륭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럭셔리 브랜드 루이 비통의 패션쇼 무대에 섰을 만큼 패션감각 좋기로 정평이 난 송민호는 화려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옷이나 여성복을 섞어 입는 등 과감하고 파격적인 스타일링으로 패셔니스타로의 면모를 발휘한다. 반면 피오는 스스로 "폴로 매니아"라고 말할 만큼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깔끔한 스타일로 '남친룩'의 정석을 보여준다. 여기에 지난 28일 방송에선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까지 등장해 최신 트렌드를 풀어냈다.

마포멋쟁이는 여러 면에서 통념을 깼다. 먼저 프로그램 명부터 '세련됨'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는 패션업계 특성을 무시라도 하듯 촌티가 줄줄 흐르는 '멋쟁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하지만 촌스럽게 느껴졌던 이름도 몇 년째 세계를 달구고 있는 레트로 트렌드를 생각하면 그럴듯 하고, 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패션 천재’ 송민호와 여성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피오가 사는 동네(마포구 상암동)와 맞물려 묘하게 설득 당한다.
여성 위주로 진행돼온 기존의 패션 프로그램 형식을 남성 중심으로 완전히 바꿨다는 점도 흥미롭다. 남성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시대 상을 제대로 읽어낸 것. 송민호와 피오를 내세워 이들을 좋아하는 여성팬과 패션에 관심 있는 남성 시청자까지 동시에 잡았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정보를 위트있게 보여주는 것도 지금 젊은 세대의 코드와 딱 맞는다. 패션 전문가가 나와 "이렇게 옷을 입어라" 가르치는 대신, 두 명의 스타일링 대결을 통해 웃고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대결 과정에서 “어디를 가든 기본이 되는 흰 티셔츠는 하나씩 사두는 게 좋다"는 송민호의 말, "검은색 신발이라도 납작하게 생긴 것, 둥글게 생긴 것, 넙데데하게 생긴 것들을 갖춰 놔야 옷 입을 때 딱 맞춰 신을 수 있다"는 피오의 말을 통해 패션 노하우를 전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상대방에게 입혀주는 대결. 송민호(오른쪽)는 피오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피오는 송민호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었다. 사진 마포멋쟁이 SNS

자신의 스타일을 상대방에게 입혀주는 대결. 송민호(오른쪽)는 피오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피오는 송민호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었다. 사진 마포멋쟁이 SNS

첫사랑이 참석하는 친구 결혼식 하객룩. 두 명 모두 위아래 한 벌인 셋업 스타일을 선택했지만 송민호(오른쪽)는 터틀넥과 복고풍 안경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냈고, 피오는 초록색 가방과 넥타이로 컬러 포인트를 줬다. 사진 마포멋쟁이 SNS

첫사랑이 참석하는 친구 결혼식 하객룩. 두 명 모두 위아래 한 벌인 셋업 스타일을 선택했지만 송민호(오른쪽)는 터틀넥과 복고풍 안경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냈고, 피오는 초록색 가방과 넥타이로 컬러 포인트를 줬다. 사진 마포멋쟁이 SNS

그렇다고 본질을 잊진 않았다.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 수 있는지, 지금의 트렌드에 맞는 스타일링 노하우를 한껏 전달한다.
먼저 옷 잘 입는 법의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는 'T·P·O에 맞는 옷 입기'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TPO는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말이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옷 잘 입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옷 입기다.
스타일리스트 김하늘 실장은 “TPO에 충실한 스타일링이야말로 가장 영리하면서도 빛이 나는 진짜 패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사랑이 참석하는 친구의 결혼식 하객 룩' 대결에서 송민호와 피오가 보여준 스타일링을 보고 "충분히 자신의 패션 감각을 화려하게 드러낼 수 있지만, 친구 결혼식이라는 때와 장소에 맞게 살짝 힘을 빼고 기본에 충실한 셋업 슈트(같은 원단으로 만든 상·하의 정장)를 택했다”며 “여기에 첫사랑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950년대 풍 안경, 베이지색 양복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초록색 가방과 나비넥타이 등의 액세서리로 자신의 개성을 녹여내며 강약조절을 잘했다"고 평했다.

피오의 '사촌형 결혼식에 참석했다 고추축제 공연을 하러 가야하는' 옷차림. 초록색 재킷은 여성복이다. 사진 마포멋쟁이 영상 캡처

피오의 '사촌형 결혼식에 참석했다 고추축제 공연을 하러 가야하는' 옷차림. 초록색 재킷은 여성복이다. 사진 마포멋쟁이 영상 캡처

노란빛이 도는 양복에 초록색 넥타이와 시계로 컬러 포인트를 준 피오의 스타일링. 사진 마포멋쟁이 영상 캡처

노란빛이 도는 양복에 초록색 넥타이와 시계로 컬러 포인트를 준 피오의 스타일링. 사진 마포멋쟁이 영상 캡처

여러 종류의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링'과 눈에 띄는 한 가지 컬러로 스타일을 살리는 '컬러 포인트'는 대결마다 볼 수 있는 좋은 스타일링 방법이다. '큰아버지 병문안 뒤 바로 클럽 공연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송민호는 흰 티셔츠 위에 길이가 긴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한쪽은 남색 다른 한쪽은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진 점퍼를 겹쳐 입어 병문안 복장과 클럽 복장을 해결했다. 피오는 '사촌 형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고추축제 행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 초록색 상·하의에 노란색 크로스백을 가슴에 둘러매 컬러 포인트를 줬다. 김 실장은 "레이어링과 컬러 포인트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스타일링 방법"이라며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도 단정한 옷차림에 눈에 띄는 화사한 컬러의 가방을 들거나, 트렌치코트를 입을 때 안에 입은 셔츠·재킷·데님재킷 등을 겹쳐 입어서 이를 조금씩이라도 보이게 연출하면 훨씬 세련된 느낌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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