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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된 1997년생 축구선수 올림픽 출전 문제

중앙일보

입력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우승을 이끈 1997년생들의 본선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우승을 이끈 1997년생들의 본선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연합뉴스]

1997년생 남자 축구 선수들의 거취 문제가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만 23세 이하(U-23)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남자축구 출전 자격을 한 해 미뤄진 올림픽에서 어떻게 적용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호주 U-23축구대표팀 사령탑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지난 24일 자국 언론 브리즈번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남자축구에 적용되는 연령 제한(23세 이하)을 도쿄 대회에 한해 한 살 올려줘야한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지난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3위에 올라 본선행 티켓의 막차를 탔다.

올해를 기준으로 도쿄올림픽 남자축구는 1997년 이후에 태어난 선수들만 출전 가능하다. 내년엔 1998년생 이하 선수들로 엔트리를 짜야 한다. 자국을 올림픽 본선에 올려놓은 1997년생 선수들이 정작 자신은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김학범 감독(왼쪽)과 인사를 나누는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김학범 감독(왼쪽)과 인사를 나누는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아놀드 감독은 "축구는 올림픽에서 일정 연령 이상의 선수들이 뛰지 못하게 제한을 두는 유일한 종목"이라 언급한 뒤 "예선을 통과하는데 공을 세운 선수들이 본선 무대를 뛸 수 있어야 공정하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IOC가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살릴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놀드 감독은 같은 주제로 존 코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회장 겸 호주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스페인 스포츠전문지 아스는 26일 “남자축구 출전 연령 제한이 도쿄올림픽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면서 멕시코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스는 “올림픽 북중미 예선에 참여한 23명의 멕시코 선수 중 1997년생이 20명에 이른다”면서 “연령 제한 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년 도쿄에는 전혀 다른 팀이 참여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예선에서 탈락한 중국도 ‘예외’를 인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나스포츠는 25일 “FIFA와 IOC가 도쿄올림픽에 한해 올림픽 남자 축구 연령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한다”면서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기됐다. 도쿄 오다이바 마린 파크에서 바라본 오륜기. [EPA=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기됐다. 도쿄 오다이바 마린 파크에서 바라본 오륜기. [EPA=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팀 또한 FIFA와 IOC의 ‘결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학범호 멤버로 아시아 최종예선에 참여한 1997년생은 11명이나 된다. 아시아 최종예선 최우수 선수 원두재(울산)를 비롯해 이동준(부산), 송범근(전북), 정태욱(대구), 이동경(울산) 등 주축 멤버 중 상당수가 만 23세다. 도쿄올림픽에서 메달권 이내에 진입할 경우 병역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학범호 1997년생 선수들의 가슴은 더욱 타들어간다.

도쿄올림픽 본선행을 이끈 각국 1997년생 축구선수들이 내년에 도쿄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까. 세 가지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명분이 확실하다.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낸 선수들이 본선 무대를 밟는 게 합리적'이라는 논리를 부정하긴 쉽지 않다. IOC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이미 확보한 선수들의 경우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아스는 “올림픽 개최 매뉴얼에 따르면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FIFA와 IOC가 협의해 남자축구 연령 제한 규정을 고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수 상황'의 당위성을 입증한다면 한시적으로나마 만 24세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를 밟도록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개최국 일본이 ‘1997년생 구하기’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997년생 위주로 남자축구대표팀을 차분히 조련해왔다. 지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2018년 아시안게임, 2019년 올림픽 예선을 치르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도록 했다. 한국 축구가 1989년생 위주로 짜임새 있게 준비해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 멤버들이 아시아 최종예선 우승 직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 멤버들이 아시아 최종예선 우승 직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위해 조련한 U-23대표팀을 ‘사상 최강 세대’라 부르며 기대감을 표시해왔다. 1997년생들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하는 건 ‘사상 최강 세대’의 해체를 의미한다. 때문에 개최국 일본이 앞장서서 연령 규정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변수는 ‘축구 대륙’ 유럽과 남미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유럽과 남미는 2021년 6월에 나란히 유로 2021과 코파아메리카 2021을 치른다. 만 24세 우수 선수들이 올림픽에 눈길을 돌리는 상황이 그리 반갑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연령 제한의 최종 결정권자는 FIFA다. 한국, 일본, 호주 등 연령 확대를 원하는 아시아권 나라들이 북중미, 아프리카 등과 연계해 FIFA를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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