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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교과서,한국만 열받나했더니…일본 우익도 뒤집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일본 문부성이 발표한 ‘2021년도용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때문에 부글대는 건 “독도는 일본땅”주장에 발끈한 한국 정부뿐만이 아니다.

검정결과에 "자학사관 넘쳐"부글부글 #우익계열 교과서 검정 한 방에 탈락 #위안부,난징대학살,일왕관련 표현에 #산케이 "밀실 검정이 문제다" 비판

일본내 우익세력도 “교과서에 자학사관이 흘러넘친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2020년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과서 중 위안부 관련 기술 대목. 윤설영 특파원

2020년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과서 중 위안부 관련 기술 대목. 윤설영 특파원

일본내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산케이 신문의 25일자 보도가 대표적이다.

산케이는 “종군위안부라는 호칭이 부활했고, 난징사건(난징대학살)에 대해 자국(일본)의 근·현대사를 일부러 나쁘게 표현하는 대목이 보이고, 천황(일왕)의 역할에 대해서도 ‘국민 전체를 컨트롤한다’며 일반 국민들의 감정과 다른 표현이 있었지만 검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동안 일본 교과서들은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일부러 피해왔다.

2020년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과서 중 위안부 관련 기술 대목. 윤설영 특파원

2020년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과서 중 위안부 관련 기술 대목. 윤설영 특파원

용어 자체에서 ‘강제 연행’의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이유에서 였다.

 용어 사용을 피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게 됐다.

2014년 검정때는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곳이 한 곳 정도였지만, 이번엔 3개 출판사로 늘었다.

“위안부 시설엔 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집됐다(소위 종군위안부)”등의 표현이었다.

난징대학살에 대해선 "총검을 가진 일본병사가 집으로 침입했다. 도망가려했던 아버지가 총을 맞았고, 어머니와 젖먹이 동생도 살해됐다…"는 피해자의 수기를 게재한 교과서도 있었다.

산케이 신문은 “'천황(일왕)이 국민 전체를 컨트롤한다'는 표현은 검정에서 합격시키면서도, ‘일본의 황실은 신화의 시대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표현에 대해선 ‘신화와 사실과 오해할 수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산케이 신문이 25일자에서 전날 발표된 중학교 교과서 검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서승욱 특파원

산케이 신문이 25일자에서 전날 발표된 중학교 교과서 검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서승욱 특파원

산케이와 같은 우익들을 가장 크게 경악시킨 건 우익 사관을 토대로 역사를 기술하는 일본 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계열의 교과서가 검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새역모 회원들이 집필해 지유샤(自由社)가 발간한 역사 교과서는 무려 405개(페이지당 1.3)의 표현이 지적을 당하면서 결국 검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페이지당 1.2곳 이상의 지적을 받으면 재신청도 불가능하다’는 조항에 걸려 ‘패자 부활전’ 없이 한 방에 탈락했다.

그러자 산케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 문부과학상은 과거 자학사관의 극복을 위해 노력을 해 온 정치가이지만, 검정작업이 밀실에서 이뤄지다보니 정치적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종군위안부 표현까지 되살아나는 걸 보니 검정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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