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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통합당 후보들 선거방해 호소에 당서 대응

중앙일보

입력

“나도 당했다.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뿐 아니라 여러 개 단체가 매일 지하철역마다 몰려나와 선거 운동을 방해하고 있다. 좌파 유튜버들도 인터뷰 명목으로 선거사무소에 몰려오거나 입구에 진을 치고 있어 밖으로 못 나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3일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의 선거운동 방해에 대해 경찰이 수사할 때까지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 측 제공]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3일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의 선거운동 방해에 대해 경찰이 수사할 때까지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 측 제공]

서울 동작을 선거에 나선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24일 통화에서 “대진연 등의 단체들이 2주 넘게 조직적으로 선거 운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오세훈(서울 광진을) 통합당 예비후보가 “대진연이 선거 운동을 방해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촉구한다”며 1인 시위에 나선 이후, “나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통합당 후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나 의원은 이날 오 후보와 함께 참여한 국회에서 서울시당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오 후보뿐 아니라 저도 상당히 많이 시달리고 있다. 선거를 흐리게 하는, 한마디로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 선거사무실 관계자도 “2~3주 전 현장 일정을 소화하는데 사람들이 몰려와 피켓 등을 들고 선거 운동을 방해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진연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 13일 ‘황교안 사무실 앞’이라는 설명과 함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대진연이 황교안 대표 선거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했다며 올린 사진. [대진연 페이스북 캡처]

대진연이 황교안 대표 선거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했다며 올린 사진. [대진연 페이스북 캡처]

서울만이 아니다. 수원병 출마자인 김용남 예비후보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의 황교안ㆍ오세훈ㆍ나경원 후보, 강원의 김진태 후보 등 각 지역 통합당 후보들이 특정 단체로부터 선거운동을 방해받고 있어 좌시하지 않기로 했다. 대진연과 민중당 소속 사람들이 선거사무소 앞에서 지속해서 낙선 운동을 펼치고 있어 선관위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대진연은 2018년 3월 출범한 단체다. 지난해 10월 주한 미국 대사관저의 담을 넘어 무단침입하며 시위를 벌여 소속 회원 4명이 구속됐다. 지난해 4월에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기습 점검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2018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며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주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피켓 시위를 벌이는 대진연 회원. [김용남 후보측 제공]

피켓 시위를 벌이는 대진연 회원. [김용남 후보측 제공]

통합당 일각에선 이들의 움직임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다는 점을 들어 여당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나 의원은 “여러 개 단체가 움직이고 있는데 이것이 단체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제 세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를 유의해서 봐야 할 것”이라며 “저는 이 모든 것이 부정선거라는 큰 프레임 안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후보 역시 “매일 와서 선거운동을 방해하던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네거티브 운동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시점에는 나타나지 않고 조용했다”며 “당 차원에서 이들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을 지시하는 건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는 등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다. 이진복 통합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후보 선거 운동 현장을 따라다니며 사실을 왜곡ㆍ비방하고 협박하고 모욕하는 조직적 방해가 이뤄지고 있어 지난달부터 전국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며 “경찰의 직무유기가 계속되면 중앙선대위 차원에서 중대한 결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 역시 “당에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선거 방해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우선 25일엔 선관위만 방문하지만 추후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기 위한 경찰청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당원모임은 이날 오후 대진연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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