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16명을 비롯해 여성 70여 명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핵심 피의자 조주빈(25)을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겠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바뀐 규정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경찰에서 마련하는 포토라인에서만 조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조씨와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자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현행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실명 등 신상정보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공개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출석 등 수사과정에 대한 촬영이나 중계는 허용되지 않음을 알린다"고 전했다.
검찰은 고위 고위공직자나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피의자가 검찰에 출석할 시 언론의 취재를 위해 포토라인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바뀌면서 포토라인이 폐지됐다.
포토라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사건에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소환을 앞두고 여권에서 문제로 지적하면서다. 이후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참고인,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지난해 12월 1일부터 새 공보준칙(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 관계자에 대한 공개 소환을 금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 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공인에 해당하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지만 검찰의 포토라인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은 전날인 23일 논평에서 조씨가 검찰 포토라인에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며 "자신의 위선을 은폐하기 위해 정의를 남용한 포토라인 공개금지 수혜자 제1호 '조국 전 장관' 때문"이라며 "인권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치주의를 파괴한 저들의 '고무줄 정의론'이 정작 국민의 알 권리와 법치의 실현이 요구받는 현 시점에는 가장 큰 선물을 안겨다 준 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고,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국민의 알 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신상공개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조씨는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25조에 따른 신상공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현재 조씨는 종로경찰서에 수감 중으로, 오는 25일 오전 8시께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