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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n번방 사건에 '무관용' 선포…미성년 음란물 양형기준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미성년자를 이용한 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만든다.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텔레그램 비밀방에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며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가부 등 관계부처 대응책 발표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24일 n번방 사건 관련 범정부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여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이른 시일 내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 등을 협박,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유포한 사건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동의자는 200만명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23일 “사건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사’ 조주빈(25)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사’ 조주빈(25)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n번방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자 정부는 그간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속도 내 마련하기로 했다.

법령상의 양형에는 상한이나 하한이 제시돼 있고, 양형기준은 법관이 법정형 안에서 어느 정도 형량을 부과할지 판단하는 기준을 말한다. 현재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양형기준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여가부는 “양형기준이 마련되면 처벌 수위 예측이 가능해져 해당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찰 수사·기소·처벌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불법 촬영물 유포 협박 행위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도 마련한다. 여가부는 “성 착취물 영상 소지, 제작·배포,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를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처벌하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주최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원내대표, 진선미 의원 등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주최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원내대표, 진선미 의원 등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와함께 피해자 지원을 위해 24시간 신고 창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불법 영상물 유포 등으로 영원히 고통받을 수 있는 만큼 피해자와 전담 상담인력을 1대1로 매칭해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해달라. 불법 영상물이 삭제되고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곁에 있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법률 지원에도 나선다. 디지털 성범죄 전문 변호인단으로 ‘법률지원단’을 꾸려 수사 초기부터 소송의 마지막 단계까지 필요한 법률 지원도 제공하게 된다.

이밖에 경찰청과 협조해 관련 범죄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감시 체제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돼 처벌받는다는 등 인식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 나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유튜브 캡처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 나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유튜브 캡처

이럼 방향을 토대로 정부는 조만간 ‘제2차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안전한 우리 사회를 위한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가 협력해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피해 영상물 공유를 즉시 멈춰달라.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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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정종훈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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